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색깔이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국이 숨가쁘게 이뤄낸 눈부신 경제성장을 중국인이 선호하는 황금색에 비유하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녹색에 빗대 중국의 관심사가 경제개발에서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과정을 이같이 묘사했다.
산업혁명이 이끄는 제2의 물결, IT 및 지식혁명 주도의 제3의 물결에 이어 청정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제4의 물결이 중국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경제성장과 환경 간의 불협화음이라는 불편한 현실에 맞닥뜨린 중국은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 '최대 미세먼지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시대적 조류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 속에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 에너지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하너지(漢能∙Hanergy)와 같은 스타 기업을 배출하고, 다른 영역에 몸담고 있는 굴지 기업들의 출사표를 이끌어내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오염대국'에서 '태양광 대국'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태양광발전분과(PVPS)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중국에 설치된 태양광 에너지 발전소 설비 규모는 28.1기가와트(GW)로 독일(38.2GW)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23.3GW), 이탈리아(18.5GW), 미국(18.3GW)의 순이었다.
중국은 올해 1분기 태양광 설비를 대폭 확충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관리국에 따르면 중국은 1분기 동안 5.04GW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를 증설했다. 올해 태양광발전 설치목표 17.8GW의 28%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지난해 1·2분기 용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며 지난해 영국 전체 태양에너지 공급량(5.1GW)과 맞먹는 수준이다.
1분기 발전용량 증대로 중국은 현재까지 총 33GW 규모의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2020년까지 목표치인 100GW의 약 3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증대된 태양광 발전설비 대부분은 중국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서북부 신장(新疆)자치구와 네이멍구(內蒙古), 저장(浙江)성에 배치했다. 향후 중국은 초고압 송전선을 이용해 전기를 운송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이 보다 효율적으로 남부의 수력, 서북부의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을 중동부의 인구밀집 도시와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태양광 에너지 확충을 가속화하는 것은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대기질을 개선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태양광 산업의 발전은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주목하는 것과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이에 태양광은 고속철, 원자력과 함께 중국 정부의 저우추취(走出去·해외투자) 전략의 3대 핵심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기간에도 중국은 파키스탄에 총 1만6400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화력·수력·풍력·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지원키로 했다.
무엇보다 중국 태양광 사업의 발전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미국과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합의에서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증가에서 감소로 돌려놓고, 저탄소 에너지원을 현재의 10%에서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국가적 어젠다로 채택하고 풍력, 수력, 원자력과 함께 태양광 발전설비를 빠르게 확충하며 대기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새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와 태양광 주택 보급률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 태양광企 황금기 vs 수난기
중국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 속에서 호기를 포착한 기업이 있는 반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기업들도 있다.
최근 몇 년간 과잉생산으로 고전해온 일부 중국 기업에는 호재가 됐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거나 저가경쟁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몰두한 기업들은 해외에선 반덤핑 공세에, 국내에선 부채 압박에 시달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혜성처럼 등장해 중국 최대 태양광 개발업체로 성장한 하너지는 중국 태양광 산업의 발전국면을 가장 잘 보여준다. 태양광 사업의 발전과 함께 최근 홍콩증시의 활황세 호재까지 입어 하너지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46% 급등했다.
하너지를 이끄는 리허쥔(李河君) 회장의 몸값도 급등해 '태양왕'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리 회장은 1600억 위안의 자산을 보유해 지난 2월 중국 후룬(胡潤) 연구소가 발표한 '2015 세계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하너지 임직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9300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으며, 하너지 주가 급등과 함께 일부 임직원은 백만장자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반면 중국 국유 전력설비 제조업체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는 지난 2011년 발행한 15억 위안의 채권 이자 8550만 위안을 상환 만기일까지 갚지 못해 최근 디폴트에 빠졌다. 대형 국유기업의 첫 디폴트 사태라는 점에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바오딩톈웨이는 1995년 전기변압기 생산업체로 출발해 성장해왔으나,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중국의 과도한 태양광 사업 경쟁 속에서 과도한 설비 투자가 부담이 됐다는 평이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업체인 중국 선택(Suntech)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지난 2005년 중국 민간기업으로는 최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선택은 미국에서 발생한 5억4100만 달러의 전환사채(CB)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지난해에도 태양광 업계에 또 한번의 시련이 닥쳤다. 상하이의 태양광업체 차오르(超日)가 회사채 10억 위안에 대한 이자 8980만 위안의 지급 시한을 넘기며 디폴트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민간기업 회사채로는 첫 번째 디폴트 사례로 당시 디폴트 도미노 우려를 키웠다.
◆ 글로벌 기업들의 화려한 출사표
최근 중국 국내외 굴지 기업들이 잇달아 태양광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중국 대형 IT기업 화웨이(華為)는 지난 2013년 계통 연계형 인버터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발을 들였다. 출시 첫 해 1GW 규모의 전력 설비를 수출하며 중국 시장서 출고량 기준으로 점유율 7%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화웨이는 3.5 GW 규모의 태양광 인버터 설비 수출 계약을 따내며 중국 기업 최초로 '세계 10대 태양광 인버터 공급상' 대열에 합류했다.
전자상거래로 시작해 사업다각화 행보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알리바바 또한 태양광 시장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알리바바는 지난달 중국 최대 태양광 인버터 생산업체이자 국내 2위의 풍력발전 인버터 제조상인 '양광전원(陽光電源)'과 합작을 체결했다. 이번 합작을 통해 양사는 신에너지라는 전통사업을 인터넷과 결합해 '지능형 태양광발전(PV) 클라우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IT업계뿐 아니라 보험업계에서도 태양광 사업은 차세대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최대 민영투자회사인 중국민생투자는 지난해 닝샤(寧夏) 퉁신(同心)현에 200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총 150억 위안을 투자해 닝샤 회족(回族)자치구의 옌츠(鹽池)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웠다. 총 6만무(1무(亩)=667㎡) 면적에 2GW급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태양광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중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IT업체 애플은 미국 2대 태양광업체인 썬파워와 손잡고 중국 쓰촨(四川)성에 40MW급 태양광 발전소 2기를 건설키로 했다. 이 발전소들은 연간 8000만 K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 4분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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