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준비로 세계 경제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신흥국들의 대처와 이를 조율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금융계의 ‘심판들’의 역할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전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혀 연내 금리인상 조치를 단정지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IMF와 OECD 등 국제금융기구가 신흥국들의 제각각의 대응책을 어떻게 조율할 지가 주된 관전 포인트로 거론되고 있다. FT는 “(링 위에서) 10여 년 만의 첫 펀치(미국의 금리 인상)에 버텨야 하는 선수들(신흥국)도 바쁘지만, 심판들(국제 금융기구) 역시 부산하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이 금융 위기를 겪고 유사시를 대비해오기는 했으나,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연준 금리 인상의 충격을 떨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의 신흥시장 담당 사이먼 퀴자노-에번스 애널리스트는 FT에 “신흥국들이 (충분히)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조정’이 유력한 대응책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퀴자노-에번스는 경제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신흥국의 대응 역시 다양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추세는 미국이 6∼9개월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됨에도,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당분간) 계속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문인 자본 이탈을 막으려는 신흥국의 대응이 이전보다 완연히 ‘비통상적 수단’에 의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기서 ‘비통상적 수단’이란 보유 외환을 늘리는 것과 은행의 외환 거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실제 신흥국은 90년대 말 한 차례 외환 위기를 겪은 후 보유 외환을 7조 7400억 달러까지 대폭 늘렸지만, 최근 중앙은행의 환시장 개입 효과에 대한 시장 판단은 갈수록 회의적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반면, 한국 등은 은행의 외화 채무에 과세하는 등 ‘거시 신중 수단’을 써왔음을 FT는 상기시켰다. 이는 자본 이탈로 금융 시스템이 취약해지는 것을 제한하려는 방법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조짐으로 국제 금값도 출렁이고 있다. 재닛 옐런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이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면서 금값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이다.
지난 2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10센트(0.01%) 내린 온스당 120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금은 인플레의 헤지수단이어서 물가가 오르면 수요가 늘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에 의해 차입 비용이 늘어난다면 금이 가진 매력은 떨어진다.
골드만 삭스는 25일 블룸버그에 전달된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달러화의 지속적 강세와 미국 실질 금리의 점진적 상승이 향후 금값을 더욱 하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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