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한·중 양국이 30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함에 따라 13억 내수시장의 수출길이 올해 안으로 열릴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FTA 발효에 따른 경제적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한·중 FTA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여전히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국회 비준의 난항도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 간 기싸움에 국회 비준이 늦어질 경우 한·중 FTA의 선점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실질적인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한 이후 올해 2월 협정본(영문본) 가서명을 실시했다. 가서명이란 양측이 협정문에 합의해 문안을 최종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정문 가서명 이후에는 협정문 번역,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정식 서명(영문·한글·중문)을 하게 된다. 이후 최종적으로 이를 국회에 보고해 비준 동의를 받으면 정식 발효하게 되는 구조다.
사실상 이달 안으로 가서명이 이뤄지게 되면서 국회 비준만 남게 된 셈이다. 비준 절차가 6개월을 넘기지 않는다면 올해 안으로 정식 발효가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회 비준 절차가 최대 관문인 만큼 발효까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과 농민 등 피해 업종 종사들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탓이다.
실제 지난 2007년 4월 타결된 한·미 FTA의 경우 같은 해 9월 국회에 비준 동의안이 제출됐지만, 국내 반발과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추가 협상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협상 타결 후 5년 만인 2012년 3월 발효됐다.
한·중 FTA 역시 타결 이후 졸속타결 논란으로 여·야의 공방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 진행된 가서명 절차도 당초보다 한 달 미뤄진데는 중국측의 일정 외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중 FTA 발효가 올해를 넘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침체되는 한국 수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중국 시장의 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액은 339억26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중국 역시 경제성장 둔화로 내수 부진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중 FTA 발효까지 늦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엔화약세, 글로벌 수요 부진 등의 악재로 국내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점을 고려했을때 한·중 FTA가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수출 경쟁국인 일본에 앞서 중국과의 FTA를 먼저 체결한 만큼 선점 효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역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한·중 FTA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시장을 경쟁국에 앞서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조속한 발효를 통해 중국시장을 성장의 바탕으로 삼는 전략을 도출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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