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전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으로 전사적 대응체계를 가동 중인 가운데 서울 도봉구의회 의원들이 북유럽 출장을 강행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9일 도봉구와 도봉구의회에 따르면, 구의회 의원 7명이 전날 오후 1시20분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 당일 오후 11시께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이들 의원들은 오는 16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덴마크,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에스토니아 탈린 등 4개국을 돌아보게 된다.
출장길에 오른 명단을 보면 조숙자(쌍문2·4동, 방학3동) 구의장, 이영숙(창1·4·5동) 행정기획위원장, 강철웅(창1·4·5동) 복지건설부위원장, 유기훈(비례대표) 운영부위원장, 이태용(방학1·2동)·박진식(쌍문1·3동, 창2·3동)·이성희(도봉1·2동) 의원 등이다.
문제는 메르스 확산으로 교육당국이 서울 및 경기도 등지 학교의 휴교령을 내리고, 전국 지자체가 추가적 확산 방지에 총력 대응하고 있는 때 공무국외여행이란 점이다.
도봉구의원들이 해외로 떠난 당일은 서울시의회가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메르스 확산방지 대책 마련 촉구결의안' 및 '메르스 확산방지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날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11~21일 9박11일 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스라엘 텔아비브, 터키 이스탄불, 영국 런던 등 유럽 4개국 순방 일정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집행기관인 도봉구는 지난 7~8일 이동진 구청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메르스 관리 대책본부장을 구청장으로 격상시켰고, 보건소 내 의료진을 포함한 대책상황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까지 운영하면서 주말 비상근무를 유지키로 했다. 그야말로 전시와 다를 바 없다.
도봉구의회가 의원 7명과 직원 2명 등 이번 출장으로 쓰게 될 경비는 공식적으로 총 3600여 만원이다. 1인당 400만원이 배정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유를 즐기는 구의원들의 행태가 지역여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도봉구의회의 출장 목적을 보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북유럽 복지선진국을 찾아 지방자치의 복지, 교육정책 연구에 기여한다'고 적혔다. 일정 중에는 현지 교육청이나 시청 측 협조를 받아 현장을 둘러보는 게 상당수다. 시간대별로 방문지를 상세히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도봉구의회 관계자는 "메르스가 본격 발생하기 2~3일 전 해외출장 비용이 모두 지불됐고 앞서 스케줄은 모두 정해진 상황이었다"며 " 취소 땐 위약금으로 지불액의 절반 가량을 물어줘야 할 판이어서 일정이 강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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