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그리스 국민이 채권단의 긴축안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과 채권단은 치열한 재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양측 모두 그렉시트의 파장을 잘 알기 때문에 협상은 다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유로존 정상회의가 열리는 7일이 그리스 사태 해결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점이 될 전망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도 참여하는 이 자리에서 협상 재개 또는 합의를 이뤄낼지 아니면 그리스가 협상 파트너로서 자격을 잃을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ECB 채무 만기일인 20일까지 협상 타결 난망
채권단 입장에서는 그렉시트로 가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스 현 정권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해야 한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돌아섰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그리스를 옹호하는 것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협상이 재개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경제 개혁안을 거부한 그리스에 반감을 품은 독일 대연정 정당 인사들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악화한 경제 환경 속에서 협상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까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3차 구제금융 합의 전까지 시한을 벌기 위해 임시 구제금융, 즉 지난 2월 협의했던 바와 같은 가교 프로그램(브릿지 론)을 임시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치프라스, 국내에선 힘 얻었지만 채권단은 외면...그렉시트로 가나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승리하면서 치프라스 총리는 이전보다 강한 자세로 협상 테이블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 그는 국민투표가 끝난 후 채권단과 48시간 이내에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채권단과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채권단은 국민투표 전부터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 파트너로서 신뢰를 잃었다”고 강조해왔다. 뉴욕타임스는 “협상이 재개돼도 채권단이 치프라스 총리와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3일 보도했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고 해도 그리스의 요구를 채권단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그리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한 “부채 경감이 없으면 그리스가 버티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발판삼아 채권단에 채무 탕감(헤어컷)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독일은 자국 납세자를 의식해 채무 재조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채권단과의 협상 난항으로 채무 만기일까지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규정에 따라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기게 된다. 그리스는 이 영향으로 시중 은행이 연쇄 부도에 빠지게 되고 실질적인 디폴트 나락으로 떨어진다.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 유로화 대신 새로운 화폐를 사용해야 한다. 결국 그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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