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가 9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민간기업의 투자 불씨를 살리고, 주력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활성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세계 교역둔화와 저유가 및 엔·유로화 약세 등의 대외적 요인과 맞물려, 갑작스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생산·수출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화점 나열식'으로 종전에 발표하고 논의했던 사안들을 단순히 열거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메르스·그리스 디폴트 惡災에 '상반기 수출' 뚝…수출기업 투자 늘려 '무역 1조달러' 달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의 경고음은 올 초부터 들려왔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라는 악조건을 겹치면서 소비와 투자 심리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대·내외적 구조적 요인에 의해 우리나라 수출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에 -1%를 기록한 수출은 2월 –3.3%, 3월엔 –4.5%까지 추락했다.
올 상반기 수출 실적도 269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0% 감소했으며, 수입 역시 같은 기간보다 15.6%나 줄어든 222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 규모는 4913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이어 온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 행진이 끝날 수 있음을 예고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수출을 살리기 위해 91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5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통해 내년까지 116조원 이상의 민관 자금을 동원하는 골자의 수출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침체된 수출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주력산업의 근본적 경쟁력을 활성화시켜 무역을 연간 1조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 12가지 수출대책 재탕·삼탕 짜깁기 수준...실효성 없는 정책 우려
정부는 이번 수출활성화 대책으로 △제조업 혁신 통한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중소·중견기업 수출 활력 제고 △수출 품목·시장의 전략적 다각화 등 3대 과제에 초점을 맞춘 1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급적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외투자 활성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발표한 4월 수출 대책에 비해 눈에 띄는 정책이 없는데다가,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을 단순히 나열하고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창조경제혁신센터 거점기능 강화를 비롯해 통합무역정보서비스(TradeNAVI) 제공, 제조업 전담지원관 지정, 우즈벡 중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스마트 공장 설립 등은 이미 올해 초 산업부 업무보고에 포함된 내용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 알리바바 등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무역보험 지원도 확대한다는 내용도 종전 4월 대책과 같거나 액수만 늘린 정도다.
스마트폰 앱과 QR코드를 활용한 한국산 정품인증 시범사업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며,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 상당수 정책은 법 개정을 남겨두고 있어 시행이 불확실한 상태다.
수출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벌써 수 차례에 걸쳐 수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출은 여전히 6개월째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순 백화점 나열식의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대·내외 전반적인 측면을 고려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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