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에 본격적으로 착수, '국정원 바이러스'잡기에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 조사위원회'(가칭)를 꾸리고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이날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시연회를 여는 등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시연에 앞서 문재인 대표는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전과가 있다"면서 "그에 더해 휴대전화로 국민을 사찰·감시했다면 국정원은 더 이상 국가정보기관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교란하고 국민 사생활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IT 백신 전문가인 안 위원장과 위원회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는 악성 바이러스를 꼭 잡아달라"고 당부한 뒤 검찰을 향해 즉각적인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휴대전화에 국정원이 '해킹팀'에서 구입한 RCS(Remote Control System)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심은 뒤,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는지를 보여줬다. 안 의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휴대전화를 열어 카카오톡 메시지를 입력하자 그 내용이 외부 PC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심지어 꺼진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촬영이 가능, '도촬'된 장면이 해커에게 전달됐다.
안 의원은 또 RCS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백신 프로그램을 시연회에 가져왔다. 이 백신으로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도 검사했지만 악성코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새정치연합은 일반인도 스마트폰이 해킹 프로그램에 감염됐는지 검사받을 수 있는 '감염검사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안 위원장은 "저희가 이렇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미리 해킹 프로그램을 심어놓은 사람들이 원격에서 프로그램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검사 활동 자체로 국민 사생활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조사위 내에 '진상규명 소위원회'와 제도개선 소위를 각각 구성해 의혹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여당에 공동특별위워회 구성을 촉구하는 등 대여 공세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혹시라도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가 정보기관으로부터 감시당하는 게 아닌가 불안해하는 국민께 한시라도 빨리 정확한 정보를 드려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엄정하게 사실을 밝히고 국회의 권한을 최대한 발동해 국민께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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