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아파트경매,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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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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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지인으로부터 시집 간 딸이 원한다며 아파트경매를 부탁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많으나 딸 부부의 현금자산이 적으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자 지인은 가능한 대출을 적게 받아 시세 보다 싼 값으로 낙찰 받기를 원했고 난 그 자리에서 정중히 컨설팅을 거절했다. 짐작하건데 그는 약간의 실망과 함께 다른 컨설팅업체를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컨설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이다. 누가 어떤 물건을 의뢰하건 반가운 고객이고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누구보다 보람으로 여긴다. 더군다나 가까운 지인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매가 무엇인가? 낙찰 받는 것이 목적이다. 시세보다 싸게 취득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최근 경매법정에서는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되는 현상을 두고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지인의 아파트경매 컨설팅을 거절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전세가격 폭등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경매참여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즉, 낙찰이 안 된다. 아파트 경매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실수요와 시세차익이다. 그 중 실수요자의 증가가 지금의 “하늘에 별 따기 현상”을 만든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임대주택의 품귀현상 보다는 일반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좋은 조건의 경락잔금대출 상품에 있다.

일반 시중은행의 아파트담보대출 한도는 대개 시세의 60~70%선이다. 이는 대부분의 전세 세입자는 아파트담보대출 범위에서 전세계약을 맺고 사는 비율과 유사하다. 하지만 집 주인이 시세의 80~90%로 전세가격을 인상한다면 세입자로서는 전세자금 대출과 반전세로 전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더군다나 전세를 목표로 하는 월세입자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므로 아파트경매시장에 대거 참여하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경락잔금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대출한도는 시세의 약 80~90%인 상태에서 가구 수를 공제한다. 여기서 가구 수 공제란 유사시 배당에서 최우선으로 변제되는 소액임차보증금(서울시 3200만 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2700만 원, 광역시 2000만 원, 기타 1500만 원)을 말한다. 즉, 서울에서 3억 원짜리 아파트를 현금 6200만 원만 투자하면 경매로 내 집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입찰경쟁에 있어서 전세입자보다 현금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입자의 과감한 베팅이 이뤄지고 낙찰확률은 대부분 월세입자 > 전세입자 > 일반 투자자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이것이 바로 시세보다 비싼 낙찰가격의 진실이다. 여기에 역대 최저금리도 한 몫 한다.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경매로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리스크는 존재한다. 어느 순간 담보대출금리가 인상되거나 임대주택의 원활한 공급으로 주택시장이 안정화로 돌아서는 경우다. 따라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대법원통계에 의하면 최근 낙찰가율이 100%를 넘는 대도시 아파트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아파트경매는 과열이 맞다. 그럼에도 경매는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세입자들에게 고마운 존재임은 틀림없다.

'임성현의 경매세상(www.limauction.com)' 임성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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