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광복 70주년을 10여일 앞두고 '기업인 사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청와대와 법무부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를 통해 기업인의 특별사면 건의를 일괄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최재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 거론되며, 재판이 진행중인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에서 경제 활성화와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통 큰 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한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 및 현역에서 물러난 기업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단체의 건의를 청와대가 어느 선까지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사면 대상에 오른 총수들은 그룹에 대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전형적인 오너 경영을 펼쳐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다 보니 정상적인 기준을 넘어서는 경영활동이 비롯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행위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된 것이라고 칭송을 받지만 실패했을 경우 오너 개인의 과도한 욕심에서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비난을 받는다. 문제는 사법당국이 기업가들의 경영실패를 배임과 위법이라는 죄목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배임죄나 위법행위는 정의와 내용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추상적이기 때문에 사법당국의 판단에 따라 어떤 것이라도 걸릴 수 있다. 사실 기업을 경영하고 사업을 영위하려면 모든 것이 청렴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이 정한 한도를 지키며 활동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법의 한도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억울한 처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한 기업인이 느닷없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우리 기업도 이제 별(위법 행위)을 달만큼 큰 건가’라는 말을 전할 때 국내 기업이 법의 한계선위에서 얼마나 위태롭게 외줄타기를 하는 지를 느낄 정도였다”고 전했다.
사회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 부정부패 기업인 사면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최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태로 인해 또다시 분위기는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력을 잃은 위기의 한국경제에 사기를 되살리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뛴다는 차원에서 기업인 사면은 필요하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한국경제의 자산인 대기업 총수에게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기회를 부여해 성과로 지난 잘못을 보상하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총수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단체가 요청하는 사면 대상 기업인에는 중견·중소기업인도 다수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기업인 사면은 단순히 소수 대기업 총수와 해당기업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주장은 억측”이라며 “중견·중소기업인에 대한 사면을 통해 다시한번 기회를 준다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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