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신 전 부회장의 전술 간파?…방책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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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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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체류 기간 사태 파악…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취임

  • 광윤사, 우리 사주도 이미 장악?…모친 어머니 지원받은 듯

[일본에 머물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귀국 직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방문 공사 관계자들에게 수박을 건네주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제공]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2주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수를 간파, 미리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덫을 놓고 기다렸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신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가족들과 일본을 방문,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를 해임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신 부회장은 잇따른 언론플레이로 사태를 뒤짚으려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뒤늦게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일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출국했지만 이는 동생보다 일주일이나 늦은 행보였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8일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해임하는 이사회를 개최한 후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3일 귀국 현장에서도 자신의 견해만 밝혔다. 묵묵히 본인의 길만 가겠다는 의지다.

이를 지켜본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미 형의 전술을 간파하고 묘수를 마련했을 것이다"며 "본인 인생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는 신 회장의 그동안 활동에서도 나타났다. 

신 회장은 귀국 직후 신 총괄회장의 거처인 롯데호텔 34층을 전격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 간 것이다. 신 회장은 5분만에 나왔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곧바로 롯데월드타워 현장과 면세점 등을 둘러봤다.

다음날인 4일에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깜짝 방문, 교육 중인 신입사원들과 식사하며 기념촬영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산 물류센터를 방문, 현장을 둘러보는 등 현안 챙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L투자회사 12개 전체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게 확인됐다. 아버지와 형이 귀국한 후에도 일본에 남아 있던 신 회장의 행보가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도쿄 법무국이 발급한 L투자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6월 30일 L투자회사 10곳(1·2·4·5·7·8·9·10·11·12)의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7월 31일자로 등기를 마쳤다. 8개(1·2·7·8·9·10·11·12)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는 신격호에서 신격호·신동빈 2인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L제4·5투자회사는 쓰쿠다 사장이 물러나면서 신 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L제3·6투자회사를 제외해도 신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이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호텔롯데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지분율 19.07%)지만, 나눠져 있는 지분을 합하면 L투자회사가 실질적인 지배사다. 나머지 호텔롯데 지분은 광윤사(고쥰샤)와 일본패밀리가 각각 5.45%, 2.11%를 갖고 있어 영향력이 크지 않다.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는 한·일 롯데를 장악하기 위한 수순이다.

재계 관계자는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에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됨으로써 실질적인 '원톱 체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 회장이 발 빠른게 움직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하츠코 여사가 경영 성과가 좋고 일본 귀족 가문 여성과 결혼해 한국과 일본에서 탄탄하게 기반을 갖춘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고 관측했다.

한편, 지난 7일 뒤늦게 일본으로 출국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낼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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