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26년째 발굴조사 중인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은 지난 7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핵심유적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이번 제26차 발굴조사 결과 조선 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되는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가 확인됐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武王, 600~641년) 재위 시절 경영된 왕궁성으로,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1989년부터 올해까지 26년에 걸쳐 연차 발굴 중에 있다. 올해에는 유적의 서남편 일대(8,300㎡)에 대한 발굴조사를 추진해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터로 추정되는 동서 6.8m, 남북 11.3m 규모의 건물터가 발견됐다.
건물지 내 타원형 구덩이에서는 철제솥 2점과 함께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이 발견됐다. 바로 옆 바깥에서는 철제솥 1점이 별도로 놓여 있었다. 구덩이 옆에는 불탄 흙과 검붉게 변한 벽체, 다량의 숯이 바닥면에 깔려 있는 지점 두 곳도 확인됐다.
한편, 익산 왕궁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대형 전각 건물의 서남편에서는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가 약 29.6m, 너비가 약 4.5m인 남북으로 긴 형태의 건물터 등 다양한 규모의 건물들도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와 배치 양상은 일본의 나니와노미야, 아스카노미야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백제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에 전파되었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왕궁리 유적에서는 그동안 궁장(궁궐을 둘러싼 담장), 대형 전각을 비롯한 각종 전각 터, 금·유리 도가니가 발견된 공방터 등이 확인되었으며, 인장 기와, 연화문 수막새 등 중요 유물 1만여 점이 출토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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