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모기지 연계 대출 중단, 사실상 LTV 축소…정책 실패 입증된 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0-01 16:3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KB·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사실상 축소키로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 은행의 대출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정부가 1130조원을 돌파한 가계 빚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불안해진 은행권이 먼저 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은행들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한도를 줄이고 가계에 대한 대출 문턱도 한층 높이기로 했다.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주택경기 부양 효과에 비해 가계부채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되레 가계와 은행권의 리스크만 키워놓았음이 시장에서 입증된 셈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등을 통해 주담대 한도를 확대했던 것을 연말까지 중단키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면서 연초 계획보다 2배 가량 증가한 상태"라며 "증가폭과 속도를 제한하기 위해 일단 연말까지 해당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으며 내년에 상황을 봐서 재판매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정할 때 소액임차보증금을 한도에서 제한다. 소액임차보증금은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주인이 대출금을 못갚아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마련한 돈이다. 반면 은행입장에서 보면 떼일 수 있는 돈이다. 소액임차보증금은 서울의 경우 3200만원, 경기도 2700만원, 광역시 2000만원이다.

그러나 두 은행이 보증 연계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담대 한도를 산정할 때 소액임차보증금은 대출한도액에서 제외한다. 사실상 현재 70%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권의 가계 주택자금 대출태도가 깐깐해졌다. 4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 대상 주택자금 대출태도지수(전망치)는 -3으로, 3분기(6)와 비교해 9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


이같은 대출 강화기조는 같은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이 73개 금융사의 여신업무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 대상 주택자금 대출태도지수(전망치)는 -3으로, 3분기(6)와 비교해 9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지수가 음의 값으로 내려간 것은 2012년 3분기(-6) 이후 3년 만이다. 그간 정부를 믿고 주택대출을 풀었던 은행들이 이제는 한층 깐깐하게 심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미 은행권의 가계 주택자금 대출태도는 2분기 16으로 완화적인 기조였지만, 3분기 들어 10포인트나 깎여 강화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신용대출 등 은행권의 가계 일반자금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4분기 -3으로 조사돼 주택대출과 마찬가지로 다소 강화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주택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4분기 은행권의 가계주택 대출수요지수는 31로 지난 2∼3분기와 마찬가지로 높다. 돈을 빌려주는 쪽은 보수적으로 운영할 방침인 반면 수요는 줄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대출 '미스매치'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하락, 주택거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구입 목적의 자금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