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7일(이하 한국시간) 이치로가 원 소속구단 마이애미와 내년 시즌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치로의 올해 연봉은 작년과 같은 수준인 200만달러(약 23억원)로 알려졌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9년 동안 뛰며 일본 최초 시즌 200안타 돌파(210안타), 7년 연속 타격왕, 3년 연속 MVP 수상이라는 엄청난 기록들을 세웠다. 그는 4할을 치겠다고 선언했던 2000년 타율 0.387, 21도루의 만화와 같은 성적을 남기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일본 시절 통산 타율 0.353의 정교함에 5할대의 장타율, OPS 9할을 유지 할 정도의 파워를 갖춘 타자였지만 타격 폼을 수정하면서 장타를 버리고 자신의 장기인 ‘컨택 능력’과 ‘스피드’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메이저리그에서 힘으로 승부할 순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첫 임팩트도 강했지만 그의 진짜 무서운 점은 꾸준했다는 것이었다. 2001년 데뷔 후 2010년까지 10년 연속 200안타라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동안 최다 안타 타이틀만 7번을 차지했다. 또 10시즌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고 골든 글러브·실버 글러브를 연속 수상 했으며 매해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수비도 리그 정상급이었다. 빠른 발과 타구 판단 능력을 활용해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고 안타에 가까운 타구를 여럿 걷어 올렸다. 또 강한 어깨로 통산 102개의 보살을 잡아내기도 했다.
철저한 몸 관리로 부상도 잘 당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래 전 시즌을 140경기 이상 출전했고, 한 시즌 162경기가 치러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연 평균 157경를 뛰며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누적기록은 더 대단하다. 만 28살의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왔음에도 불구하고 안타 2935개를 때려냈다. 이는 베리 본즈가 평생 때려 낸 안타와 같은 숫자이며 메이저리그 통산 3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의 미·일 시절 안타 수를 합치면 4213개나 된다. 노쇠화에 접어든 최근 몇 년 동안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2할 대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타율은 0.314에 이른다.
올해 42세로 메이저리그 최고령 야수임에도 구단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번 재계약이 그 증거다. 올 시즌 데뷔 이 후 가장 낮은 기록인 타율0.229을 기록했지만 백업 외야수로 나서 팀에 경험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최종전에서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8회말 구원투수로 깜짝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1이닝 동안 1실점 하고 최고 구속 88마일(약 142㎞)을 기록하는 등 싱싱한 어깨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치로는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되는 선수다. 또 이런 위대한 성적을 떠나서도 일본 야구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계속 도전해 결국 메이저리그를 정복한 그의 야구 인생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그는 일본야구, 메이저리그를 넘어 세계 야구사에서 가장 위대한 타자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그와 동시대를 살며 그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걸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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