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이쑤시개에 초록빛 잎이 돋았다. 면봉엔 목화가 듬성듬성 꽃봉오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책 '이별'은 크리스마스에나 볼법한 입체 카드처럼 작은 나무 형태로 오려져 '종이 숲'을 이뤘다.
지난 2일 성곡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코리아 투모로우 2015' 전시장의 풍경이다.
성곡미술관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7회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i'라는 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돌아보고자 기획됐다.
통통 튀는 신진작가들의 작품부터 우리 미술의 현재를 있게 한 원로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일상 속 사물에서 생명을 유추해낸다는 송수영 작가는 무생물인 사물이 가진 근원적 생명력을 되살리는 작업을 선보인다.
캘리포니아 삼나무로 만들어진 몽당연필과 함께 그 연필로 그린 캘리포니아 삼나무 숲의 풍경을 담아내는 식이다.
배종헌 작가는 '별'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는 상호나 기업 이미지(CI)에 별이 들어가는 상업 브랜드들을 모으고 작품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이란 이름을 붙였다.
삼성, 칠성사이다, 스타벅스, 드림웍스 등 수많은 상표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처럼 밤하늘을 수놓았다.
미술관 1관의 한쪽 벽을 꽉 채운 전원길 작가의 '영원한 풍경-흰 선의 꿈(Eternal Landscape-Dream of a White Line'은 청명하고 깊은 느낌을 주는 울트라마린 블루 색깔로 하늘을 표현했다.
캔버스의 좌에서 우로 길게 이어지는 흰 선 위로는 나무와 사람의 형태의 드로잉이 더해져 따뜻함을 전달한다.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도 있다. 독재와 검열의 바람이 불었던 시절, 최병소 작가는 신문지를 연필로 한없이 덧칠하는 '말소 변질작업'을 시작했다.
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커멓게 지워지고 군데군데 찢긴 작품의 모습은 작가의 치열함과 엄숙함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노순택 작가의 사진 작품 '비상국가(State of Emergency #28)'는 2006년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장면을 포착해 전달한다.
전투복 차림의 경찰들과 끌려나가는 시민의 모습을 통해 국가가 이야기하는 '비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작가 30인이 참여하고 장르의 경계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코리아 투모로우 2015'전은 오는 25일까지다. 02-348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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