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영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토비 지글러(Toby Ziegler)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지글러는 르네상스 시대 전후의 역사적 예술품을 작품 모티브로 삼고 3D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를 해체하고 재해석한다.
작품을 선정하고 프로그램으로 작품 속 하나의 색을 반복적으로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고전적인 화풍의 그림을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회화 작품으로 변형시키는 방식이다.
조각과 회화 작업을 동시에 하는 작가는 캔버스 대신 알루미늄 표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의 질감보다 매끈한 알루미늄을 선호한다는 작가는 페인트를 얇게 입힌 알루미늄을 전기 사포로 갈고 다시 그 위에 칠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를 전달한다.
이번 개인전에는 18세기 영국 풍경 화가인 토마스 게인즈버러(Thomas Gainsborough)의 작품 '저녁 풍경-농부들과 말을 탄 사람들(Evening Landscape-Peasants and Mounted Figures)'로부터 영감을 받은 회화 신작들이 전시됐다.
로코코 양식의 서정적인 풍경화는 3D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회화로 재탄생했다.
컴퓨터의 정교함과 작가의 손맛이 더해진 작품은 빛의 밝기와 시점에 따라 색의 깊이와 형태의 경계가 끊임없이 변하며 신비로운 매력을 표출한다.
삼각의 알루미늄 면들이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는 지글러의 조각 작품도 회화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그리스 시대의 두상 조각을 모티브로 했다는 그의 조각 작품들은 납작하게 찌그러지거나 공중에 매달린 형태로 전시됐다.
작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깨지거나 닳아버린 두상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한다.
기존의 형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화하면서 형상과 추상, 고전적 구성과 디지털 변형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예술적 정체성을 표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시는 내달 8일까지. 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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