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016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누리과정(3~5세 영유아보육비) 지원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항목으로 규정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한 상황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방채 이자를 지원하는 예산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으로 '거버넌스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정부의 예비비 44억원 비공개 의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자, 야권은 '날치기 예산' 논란에 불을 지피며 '예산심의 보이콧' 연계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다. 당정이 내년도 예산 키워드로 '일자리·복지'를 꼽았으나, 이념전쟁을 위한 총알 준비에 예산을 소비한다는 지적이다.
◆국정화 예비비 의결한 정부, 누리과정 예산은 삭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교육부의 2016년도 누리과정 예산 요구액은 '0원'이다. 2015년도 요구액은 2조1541억원이었다. 교육복지 예산에 대한 별도 요구항목을 신설하지 않은 교육당국은 대신 3826억원의 지방채 이자 지원 예산을 끼워넣었다. 이는 예상 지방채 총규모(10조6719억원)를 2014년 발행 지방채 평균 이자율(3.5%)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의 거부로 이마저도 무산됐다고 폭로했다.
핵심 쟁점은 누리과정사업의 '부담 주체'다. 현재 5세 이하의 무상보육은 '0∼2세의 영유아(영유아교육법)'와 '누리과정(유아교육법)'으로 나뉜다. 둘 다 국가보조사업에 해당하지만, 재원 분담과 감독 주체는 상이하다.
정의당 산하 미래청년센터는 이와 관련, "0~2세 보육의 재원부담은 국가·지방 공동, 집행·감독은 지방자치단체다. 누리과정의 재원부담은 국가·지방교육청 공동, 집행·감독은 지방교육청"이라며 "국비·지방비 매칭 국고보조사업인 누리과정 예산 재원을 지방에 전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로 예산 떠넘기기…지자체 ‘흔들흔들’
현재 국비·지방비 매칭 비율은 0~2세 보육의 경우 '6.5대 3.5(서울 3.5대 6.5)'다. 반면 누리과정은 '0대 10(실제 지방 전액부담)'이다.
문제는 국가의 지원 없이 시·도교육청이 이를 부담할 여력이 있느냐다. 2016년도 전국 교육청 세출총액은 61조원이다. 세입은 55조원가량이다. 지방채 총규모가 세입의 5분의 1에 달한다. 또한 교육청이 부담하는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은 4조1000억원 정도다. 교육청이 매년 10% 예산을 누리과정에 투입해야 한다는 셈법이 나온다.
지자체는 들끓었다. 이들은 "내국세 총액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25.27%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며 집단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는 누리과정을 전액 국고로 편성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재정법과 지방교육자치법 등 상위법에 어긋난 시행령 개정도 중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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