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가연 기자 =얇고 넓은 돌판 위에 원통형의 돌을 얹었다. 강원도 양양 지경리에서 나온 갈돌과 갈판이다. 길고 네모난 갈돌 위에 도토리, 밤과 같은 열매를 놓고 갈돌로 밀어 껍질을 벗기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1만 년 전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선조가 먹었던 것으로 신석기 시대엔 도토리를 가장 많이 먹었다고 한다.
‘신석기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이는 신석기 특별전이다. 전시는 빙하기 이후 기후가 따뜻해지며 새로 등장한 동식물과 그에 따른 신석기인의 삶의 변화를 조명한다.
지구가 가장 추웠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8000년 전이다. 이후 기온은 계속 상승해 약 1만 년 전에는 현재의 한반도와 비슷한 환경이 갖춰졌다.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잡아먹을 어종이 풍부해졌고 넓은 갯벌이 만들어진 서해안은 다양한 조개들의 서식처가 됐다. 산에는 도토리와 밤이 열렸고 매머드와 털코뿔이가 사라진 들판은 사슴, 멧돼지, 고라니의 차지였다.
바로 이때부터 한반도의 신석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석기 인류는 풍부해진 동식물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도구 개발에 몰두했다. 돌을 갈아 물고기를 잡기 위한 작살, 그물 추, 빗창(조개 따는 도구) 등을 만들고 통나무를 반으로 자른 나무배도 등장한다.
이번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2005년 창녕 비봉리 출토 길이 310m 나무배도 이 시기의 유물이다. 수령 200년의 소나무를 단면 U자 모양으로 깎아 만든 것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가장 오래된 배다. 주로 강이나 얕은 바다를 이동하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석기 인류는 사슴처럼 작고 빨라진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활을 발명했다. 돌을 예리하게 갈아 납작하고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 신석기 화살촉의 특징이지만 초창기에는 구석기 시대의 방식인 뗀석기 형태도 섞여 있다.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농경이 시작되면서 토기도 만들어졌다. 농경과 토기의 발전이 신석기를 규정하는 주된 특징이다.
조, 기장, 수수, 팥 등이 가장 많이 재배됐으며 부산 동삼동과 창녕 비봉리 유적 출토 토기에서 불에 탄 조와 기장이 발견됐다. 박진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토기에 찍힌 식물의 흔적은 흔적 복제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현대의 종자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알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최초의 토기로 알려진 2012년 제주 고산리 출토 토기는 풀과 흙을 섞어 만들었다. 적갈색에 특별한 무늬가 없는 고산리식 토기는 불에 굽는 과정에서 섞여 있던 풀이 타서 없어지고 그 흔적만 표면 안팎에 남았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신석기 시대 집단 묘지인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과 흙이나 돌을 이용해 만든 여인상과 동물 토우, 중국이나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신석기시대 토기도 이번 전시에서 관람할 수 있다.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초등학교 3, 4학년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신석기 만능인의 사계절(새로운 생활과 도구)'도 오는 28일부터 내달 27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진행된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해 생활이 변하고 우리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기후변화에 잘 적응한 신석기인들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내년 1월31일까지다.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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