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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상봉] '혈육은 혈육'…만난지 하루만에 '밉다' 투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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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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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목소리 기억하려 노래불러 달라"

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쪽 배우자 이순규와 아들 오장균이 북쪽 남편이자 아버지인 오인세를 만나고 있다.[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피는 물보다 진했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개별상봉과 공동중식으로 만남을 이어간 이산가족들은 투정을 부릴 만큼 한층 서로가 편해진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오전 9시30분(북한 시간 9시)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 동안 가족별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가족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애틋한 정을 그간의 나누며 한을 털어냈다.

결혼 6개월만에 남측 아내와 헤어져 65년을 산 북측 오인세(83)씨의 형수 이동임(93)씨는 이날 공동중식 자리에서 "밉다니까 미워. 그때 기억을 나는 잊지 않았는데 (어제) 나를 몰라본다고 하니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라며 투정하면서도 시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남측 취재진의 취재장비에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를 녹음하는 가족도 있었다.

남측 가족 이정숙(68)씨는 "이번에 돌아가면 아버지 목소리 기억 못한다" 며 남측 취재진의 무선마이크를 아버지 홍종(88)씨 입에 댔다.

홍종 씨는 자신의 애창곡 '애수의 소야곡'과 '백마강'을 부르자 옆 자리에 있던 조카 하자 씨 등 남측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림옥례(82) 할머니와 남측에서 온 임충환(72) 할아버지의 가족이 서로를 껴안으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량만룡(83)씨의 조카 영례(67)씨는 개별상봉이 끝난 뒤 "오늘 또 보니까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마음을 여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가족들은 량 씨가 조카들에게 짧은 글을 하나씩 건넸다며 "'가족끼리 친절하게 잘 살아라. 잘 왕래하며 살아라' 등의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미 비공개 만남과 전날의 단체상봉, 환영만찬에서 격한 감정을 쏟아내서인지 가족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북측 도흥규(85) 할아버지의 외조카 윤인수(59)씨는 개별상봉이 끝나고 "어제는 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사근사근 잘 얘기하셨다"고 가족의 변화를 짚기도 했다.

북측 남철순(80) 할머니의 여동생 순옥(80)씨도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 편하게 얘기했다"고 돌아봤다.

대전이 고향인 이들은 한국전쟁 때 철순 할머니가 학교 간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이산가족이 됐다.

순옥 씨는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더 편하게 얘기했다"며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이별을 하루 앞둔 가족들과의 만남은 헤어진 세월에 비하면 너무나 짧았다.

도흥규 씨 조카 이민희(54)씨는 "개별상봉이 2시간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며 "(1시간 뒤 공동중식이면) 그냥 여기 나와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면 좋겠다. 이렇게 다시 헤어졌다 봐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첫 상봉이 끝나갈 때 삼촌이 이걸로 모든 상봉이 끝난 줄 알고 2시간 만날 것이면 상봉을 왜 하느냐며 테이블을 화를 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측 강영숙(82) 할머니의 사촌동생 강정구(81)씨는 "이런 상봉행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한번씩 만나는 것으로는...(부족하다)"면서 "서신 교환이 수시로 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 [사진=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한순녀(82)씨의 남측 조카인 선규(70)씨는 "이렇게 몇 시간씩 끊어서 상봉할게 아니라 방에서 이틀정도 같이 자고 그래야 서로 이야기도 오래하고 그럴 수 있다"며 "밥도 다같이 모여서가 아니라 장소만 알려주면 가족들끼리 알아서 먹게 하는 게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가족들은 개별상봉을 마친 북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몇 분 뒤면 밥 먹으러 올 걸 왜 저렇게 버스에 태워 가는지..."라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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