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이다’(감독 윤준형·제작 상상필름·배급 CGV아트하우스) 개봉을 앞둔 23일 아주경제와 만난 주원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끊임없이 일 해왔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그놈이다’처럼 처절한 역할은 처음이라며 다소 긴장된 내색을 했다.
“유난히 떨려요. 오죽했으면 영화를 제대로 못 봤다니까요(웃음). 관객에게 익숙한 모습도 아닌 데다 제 새로운 내면을 보인 작품이라 더 그랬죠. 사실 올해 제 연기에 변화를 주고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겠다고 계획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그놈이다’가 딱 적당했고요. 180도 변할 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영화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 장우(주원 분)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 시은(이유영 분)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 작품. 극 중 주원은 여동생을 살해한 그놈을 잡는 일에 모든 것을 건 오빠 장우를 연기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놈이다’ 속 장우는 대중이 알고 있는 배우 주원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완벽한 프로파일러(영화 ‘캐치미’)부터 제임스 본드를 꿈꾸는 시건방진 신입요원(MBC ‘7급 공무원’), ‘엄친아’ 음대생(KBS2 ‘내일도 칸타빌레’), 잘나가는 의사(SBS ‘용팔이’)까지. 늘 외모·집안·재능까지 겸비한 인물이었던 그가 꼬질꼬질한 몰골로 부둣가를 활보하다니. 주원의 여성팬이라면 다소 낯설지도 모르겠다.
“모든 첫인상은 시각에서 오니까 외적인 면에 신경을 썼어요. 그래서 까무잡잡하게 보이려고 태닝도 많이 했죠. 햇볕을 많이 받고 바닷바람을 맞았을 테니까 얼굴에 울긋불긋한 주근깨도 그렸고요. 체중을 8kg 늘린 것도 마찬가지예요. 덩치를 키우려고 운동량을 늘리고 많이 먹기도 했어요.”
“사투리도 사투리였지만 감정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특히 연인과의 이별로 겪는 슬픔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끔찍한 일을 겪고 느끼는 슬픔이잖아요.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죽음이요. 그래서 초반에는 그 감정상태를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인간으로서 가지고 싶지 않은 감정이잖아요. 하지만 그 괴로움을 영화의 마지막까지 유지하면서 범인을 쫓고 의심해야 했죠. 그런 감정을 쌓아나가는 것이 어려웠어요.”
공백 없이 빠듯하다. “20대를 전부 연기에 쏟아부었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 필모그래피는 주원이 말하는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제 20대는 연기 말고는 없어요. 특별히 제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유난히 끼가 많은 것도 아니잖아요. 열심히 살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그래서 후회되기도 해요. 가족, 친구들과 추억이 많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일로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딴생각 안 하고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 하나 자신 있어요.”
“미래를 위해서죠. 시간이 지나면 ‘1년에 한 작품만 해도 괜찮겠다’ 싶게 여건을 만드는 거예요. 또 미래의 꿈 중 하나가 교수거든요. 그 일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기도 해요. 얼마 전 (김)태희 누나가 제게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노느니 뭐해, 일하자’고요(웃음). 맞는 말이에요. 찾아줄 때 고맙게 일해야죠.”
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온 주원.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계의 공무원’이지만 놀랍게도 차기작은 미정이라고. 의외의 선택이라 여겨 이유를 묻자 그는 “앞으로는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 답했다.
“여유 있게 작업하고 싶어요. 늘 다작을 해왔으니까요. 앞으로는 1년에 한 작품만 하더라도 푹 빠지고 싶어요. 여러 작품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한 작품에 몰아넣는다면 정말 못할 게 없을 것 같아요. 제게는 정말 엄청난 ‘올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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