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현재 한국 경제를 평가할 수 있는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과 악화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경제 지표를 기준으로 미래를 전망하고 대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경제지표로 인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추가경정예산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산업생산이 5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비가 살아나는 등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지만 수출은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고 고용 증가 역시 20~30만명대를 넘나들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11월호에서도 엇갈리는 경제 지표에 대한 평가가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한국경제는 내수가 살아나고는 있지만 수출은 최악의 상황인 외끌이 성장의 모습이다.
우선 내수를 살펴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지난 5∼6월 푹 꺼진 소매판매가 7월(2.0%), 8월(2.1%), 9월(0.5%)에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이전 추세를 회복했다.
이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과 9월에 있었던 추석 연휴가 겹쳐 나타난 효과다.
소비가 탄력을 받은 가운데 생산도 서비스업, 광공업, 건설업 등 전 분야에서 늘었다.
지난 9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4% 증가했다. 2011년 3월 기록했던 4.0% 이후 54개월 만에 최고치다.
갤럭시 노트5 등 휴대전화 신제품이 출시된 영향으로 반도체 생산이 17.2% 늘었고,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을 받은 자동차 생산 역시 5.0%나 증가했다.
월별 산업생산은 6월(0.6%)과 7월(0.5%), 8월(0.5%)에 이어 4개월째 증가세다.
소비와 내수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수출과 고용 지표는 여전히 흐림이다. 10월 수출액은 434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8%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또한 2011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오던 교역 1조 달러 행진도 사실상 올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10월까지 교역 수지의 합은 총 8078억 달러로 1조 달러를 달성하려면 남은 두 달 동안 2000억 달러 가까이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올해 추세로 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 역시 지지부진하다. 9월 취업자 수는 2626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4만7000명 증가했다.
올해 1월 34만7000명의 증가 폭을 보여,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20~30만명대에 머물렀다.
이같이 경제지표들이 엇갈리는 모습에 전문가들은 경기가 확실히 살아난다는 판단을 하려면 어느 한 지표보다는 전반적으로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부양 대책은 어느 정도 다 썼다"라며 "수출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경기 반등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수출 부진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살아나고 있는 내수 회복세라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계 교역량 정체,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당분간 내수 중심 성장이 불가피한 만큼 3분기 내수회복세가 4분기에도 유지·확대될 수 있도록 소비·투자 활력을 높이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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