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 정 의장은 ‘아주경제 창간 8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국회는 국민의 뜻을 고르게 반영하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극단을 배제하고 화합과 소통으로 국민통합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어찌 보면 ‘여의도의 이단아’다. 역대 국회의장과는 달랐다. 5선의 정의화 국회의장 얘기다. 자신이 속했던 정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았다. 정국 화약고마다 여권 내부에서 빗발친 ‘의장 직권상정’은 최소화했다. 대신 경쟁자인 반대편에 51%를 양보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통합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51%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정 의장은 ‘아주경제 창간 8주년’을 맞아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국회는 국민의 뜻을 고르게 반영하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극단을 배제하고 화합과 소통으로 국민통합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그랬다. 정 의장은 국정감사 등 19대 하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부터 야당을 배려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배정에 반발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환경노동위원회에 재배치할 수 있도록 여야를 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산 출신인 정 의장은 취임 직후 첫 일성으로 광주를 방문,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곡으로 선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했다. ‘동서남북’ 화합 행보, 그가 기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한 ‘품격 높은 정치’의 일환이다.
◆“국회, 우리사회 분열 갈등 치유 장 돼야”
정 의장은 국회의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한 데 대해 “국회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을 이끄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며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서 압도적인 다수(101표)로 당선된 것은 19대 국회 남은 2년 동안, 이번 국회를 정말 제대로 바꿔보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및 국민행복 인식조사(2015년 3월)’에 따르면 입법부(국회)의 신뢰도는 17.4%로, 조사 대상 13개 기관·단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의료계(63.7%)와 교육계(58.8%), 금융기관(56.4%) 등의 신뢰도가 과반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정 의장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 준수 △세월호법과 민생·경제법안,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 등을 언급하며 “대화와 타협으로 처리했다”고 자부한 뒤 “국회의 혁신적 변화를 위한 10가지 방안을 제안했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이 반성과 성찰을 통해 자기 혁신으로 나아갈 때만 국회의 모습도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앞으로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일하는 국회·예측 가능한 국회·품격 높은 국회·열린 국회가 돼야 한다”며 “정치의 틀을 바꾸고 민생과 대한민국을 살리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의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한 데 대해 “국회는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을 이끄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며 “당내 국회의장 경선에서 압도적인 다수(101표)로 당선된 것은 19대 국회 남은 2년 동안, 이번 국회를 정말 제대로 바꿔보라는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선진화법, 태생적 한계 지닌 법” 개정 필요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쟁점 법안의 경우 과반수가 아닌 재적 의원 3/5 이상 동의해야 신속 처리 법안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 개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은 없어졌지만, 소수당에 끌려가는 ‘역진 현상’이 발생했다는 게 이유다.
정 의장은 “18대 국회의장 대행 시절 국회 선진화법을 대표적으로 반대했다”며 “법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 하고, 공청회 한번 제대로 하지 못 하는 등 태생적 한계를 지닌 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의 가장 큰 문제로 ‘초다수결주의로의 전환’을 꼽았다. 정 의장은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60%라는 초다수결주의로 바꾸게 됐다”며 “국민이 다수당에 책임정치를 하라고 맡겨 놨는데, (오히려) 소수정당에 발목을 잡히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그것을 타개하고자 상대가 요구하는 법안 등을 ‘끼워 넣기’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 대안으로 △국회법 개정 △무쟁점 법안의 신속처리제도 △시니어리티 룰(seniority rule) 도입 등을 들었다. 정 의장은 “국회법을 개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바꾸려고 해도 60%가 필요하다는 것이 또 문제”라며 “60%라는 숫자가 간단한 숫자가 아니지 않느냐. 개정하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법 개정이 힘들다면, 제도적 보완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무쟁점 법안의 신속처리제도가 있다”고 말한 뒤 “상시 국회·요일제 국회를 만들어 예측 가능한 국회를 만들거나 원로회의체를 통해 문제가 생겼을 때 중진들의 도움을 받는 시니어리티 룰 도입을 통해 선진화법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특히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분권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중앙과 지방이 공존하는 ‘분권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 기사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통령 권력 분산 및 소선거구제 타파 필요”
대통령의 권력 분산과 ‘승자독식’ 구도의 의회권력 타파를 위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벗어던지고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정치의 틀을 결정짓는 권력구조, 그리고 선거제도, 공천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분권과 협치가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중앙과 지방이 공존하는 ‘분권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정치 욕구가 반영돼야 한다”며 “우리 정치의 틀을 결정짓는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시행된 지 27년이 되었습니다만 현행 선거 제도는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는 최고 득표자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와 ‘단순 다수대표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을 고르게 반영하고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새로운 틀을 만드는 일은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해결하고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합리적인 공천 룰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정 의장은 “공정성·투명성·합리성을 골고루 갖춘 공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며 “각 당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바탕으로 공천한 뒤 20대 국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부터 개헌까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 반드시 수립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산안, 종합적 경제상황의 청사진”
2016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 준수도 잊지 않고 당부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일 담뱃값 인상 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수정동의안을 가결했다. ‘법치주의’를 앞세운 정 의장의 확고한 의지와 여야의 소통으로 12년 만에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준수한 것이다.
정 의장은 예산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정부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고 향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청사진”이라며 “쓸 곳은 많은데 재원은 한정된 현실에서 예산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책목표와 재정건전성을 저울질하고, 국가적 차원의 우선순위를 선정해서 배분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가채무 비율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정 규모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 효과적인 재원배분 등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장은 “우리 국회가 남은 기간 예산안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우려들을 철저히 따져보고,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예산안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예산안을 세밀하게 심사해 국민의 혈세가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는 일은 국회의 핵심적인 책무”라고 당부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南北 통일, 모든 외교의 귀결점”
남북국회회담을 제안한 정 의장은 통일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통일은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며 원대한 국가발전전략이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이라며 “제 소원인 반신불수의 한반도를 온전하게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통일은 인류사의 진보에도 크게 공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통일비용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를 인용하며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10년간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면, 현 상태 유지(8663조원)보다 35%(3020조원)의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릇 얻으려면 먼저 주라(與之爲取·여지위취)’는 ‘사기(史記)’의 충고는 오늘날 남북관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외교의 귀결점을 통일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4강 외교를 비롯해 다변화 외교, 통일공공외교 등 대한민국 모든 외교의 최종 목표는 통일에 맞춰야 한다”며 “소련과 미국, 유럽 여러 나라의 인정과 동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통일 독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정적인 韓中日 관계, 한미일-한미중 협력 초석”
마지막으로 안정적인 한·중·일 관계만이 한·미·일 공조는 물론,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한·미·중 협력도 가능하다며 다자간 외교 철학을 밝혔다.
정 의장은 “현재 한국의 외교현실은 마치 ‘코끼리의 네 다리에 낀 상황’과 유사하다”며 “이른바 주변 4강인 미·일·중·러에 대한 양자·다자외교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약소국가인 우리의 통일이 더 지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장) 취임 이후 일본과 중국,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관심과 협력을 촉구해왔다”며 “지난 1일 방한했던 리커창 총리를 만나 중국 고사에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란 말을 인용했듯, 좋은 이웃은 천만금보다 값진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의회외교를 통한 구축된 신뢰는 우리의 경제·외교·안보적 파급력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장은 “얼마 전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 정상이 화해와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만큼 정상 간, 의회 간 자주 만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사나 외교·안보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풀어가면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등을 강화해 나가면 동북아 공존번영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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