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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업가’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1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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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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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왕'을 꿈꿨던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1979년 서울호 엔진룸에서 현장실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각 기업의 존재 이유 중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이윤추구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기업도 먹고 살만큼 넉넉해야 지속적인 투자와 사회공헌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념을 깨트린 이가 있다. 단순히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관리의 경영을 뛰어넘어 사업을 예술로 승화시킨 1세대 기업인.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주인공이다.

정석은 오는 17일 13주기를 맞는다. 아들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창립 70돌을 맞아 정석의 일대기를 출간했다. 아버지의 일생 발자취가 곧 한진그룹의 역사와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석의 인생지도에는 땅길, 바닷길, 하늘길이 끝없이 펼쳐졌다. 모르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그의 ‘수송외길’ 고집이 뚜렷이 보인다. 정석은 돈되는 사업에 뛰어드는 문어발식 경영확장은 철저히 지양했다.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이라는 뜻을 담은 한진(韓進)그룹은 중고트럭 한 대로 시작해 대한민국 대표 육·해·공(陸海空)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72년 4월 19일 대한항공 KE002 B707 여객기가 LA에 도착한 순간 이를 지켜본 수천 명의 교포가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사진=대한항공]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정석은 사업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아이디어와 예술혼으로 창조할 작품으로 생각했다.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젊은이에게 정석의 이야기가 디딤돌이 될 만한 이유다.

정석의 사업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제 강점기 기업정비령에 자동차 정비공장으로 번듯한 모습을 갖춰가던 이연공업사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던 한진상사는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됐다. 오일쇼크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기도 했다.

실패의 연속에서도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항공의 불모지 한국에서 적자투성이 국영 항공사를 인수해 고사직전의 항공사를 이륙시켰다. 수익성만 따졌다면 과감한 투자는 커녕 인수 자체를 재검토했을 것이다.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럽의 신생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비행기를 도입하며 국익과 유럽노선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 뉴욕이 아닌 LA로 미주노선을 개척한 것, 일본 지방도시의 승객을 공략한 것 등이 기존 틀을 깨부순 ‘역발상’에서 온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이 응축된 “사업은 예술이다”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1986년 한진오슬로호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운데), 조양호 대한항공 당시 수석 부사장(오른쪽 둘째), 조수호 당시 한진해운 부사장(오른쪽)과 함께.[사진=대한항공]


‘예술의 사업가’ 정석은 이렇게 말했다. “기업은 사업가에게 예술작품과 같다. 남을 모방하지 말고 자신의 혼을 담아야 한다. 사업가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노력이 뒷받침됐을때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예술에 완성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사업은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다”

‘해운왕’을 꿈꿨던 정석이라면 적자난에 허덕이고, 현대상선과 합병설에 위축된 현재 한진해운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을까. 정석은 그룹 조회에서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나는 그룹의 힘으로 한진해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당시 정석은 창조적 파괴로 한진해운을 완전히 바꿨다. ‘경영개선’이 아니라 ‘기업개혁’을 통해서 백지상태에서 재건했다. 한진해운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항공사식 경영’을 도입했다.

항공수송의 생명인 정시성을 해운에도 적용하고, 한진해운의 국내영업을 대한항공이 전담하도록 해 판매증대뿐 아니라, 영업소 인건비와 운영비를 35%이상 줄여나갔다. 매출도 1년 새 1.5배 가까이 늘렸다.

30년전 정석의 한진호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30년 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선장이 열정의 키를 놓지 않은 한 전진하는 배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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