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지난 12년간 이어진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리며 아르헨티나 경제 체제가 대변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BBC뉴스 등 외신은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보수 중도우파 성향인 '공화주의 제안당(PRO)'의 마우리시오 마크리(65) 후보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내세운 집권 여당 ‘승리를 위한 전선’(FPV)의 다니엘 시올리(58) 후보는 개표가 70%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패배를 시인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1차 투표에서는 시올리(36.7%)가 마크리(34.5%)를 앞서며 좌파 정당의 득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했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의 35%에 달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마크리가 결선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마크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시대의 변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 10일 취임해 2019년까지 4년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마크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토목 건축 재벌인 아버지 아래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정치계 입문 전, 오랜 기간 사업가로 활동했다. 지난 1995년부터 12년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 높은 축구 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지냈고 이 때 얻은 대중 인기에 힘입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한 뒤 2007년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가디언은 마크리가 자유시장주의를 표방하며 ‘경제 성장’을 공약으로 내 건 것이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기술적 디폴트(일시적인 채무불이행)에 처해있을 만큼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다. 인플레이션율은 30% 안팎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다.
그는 줄곧 12년간 이어진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의 페론주의 좌파 경제 정책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시장 친화적인 마크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를 캠페인 구호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 강도 높은 시장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개방 경제를 표방해 수출세 인하와 달러 매입 제약 폐지 등을 약속했다. 또 페소를 평가 절하해 수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 외에도 10년간 2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 일소, 부패와 범죄 척결 등을 천명했다.
그러나 좌파 정권이 다수인 남미 대륙 국가들과는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현재 남미에는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하고 12개국 가운데 10개 나라에 좌파정권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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