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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들로부터 고시텔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세입자들의 전대차(轉貸借)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한모(38)씨를 구속하고 이모(3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2012년 8월부터 올 8월까지 서울 마포구의 한 상가를 임차해 고시텔 영업을 한 한씨와 이씨는 대학생 박모(22·여)씨 등 9명을 끌여들여 전대차 계약을 한 뒤 이들의 보증금 3억1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대차는 건물을 빌린 임차인이 타인에게 다시 임대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전대차 계약 세입자(전차인)는 자신과 계약한 임차인(전대인)에게 문제가 생겨도 건물주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위험이 있다.
이씨는 2010년 4월 마포구의 상가 4∼5층을 보증금 6000만원, 월세 600만원에 임차한 뒤 내부를 수리해 원룸 12개가 딸린 고시텔을 차렸다. 이씨는 세입자 5명을 구해 전대차 계약을 맺고 이들로부터 보증금 1억5500만원을 확보해 사업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 이씨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빠졌고 올 4월 자신의 채무와 고시텔 운영권을 모두 한씨에게 넘겼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한씨는 올 8월 초까지 세입자 4명으로부터 보증금 1억6000만원을 받아 유흥비 등 개인 용도로 탕진했다. 그러고는 계약이 끝난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종적을 감췄다.
한씨와 이씨는 피해자들과 전대차 계약을 할 때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공증 문서는 피해자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지방에서 취업을 위해 막 올라온 사회 초년생이나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으로, 보증금을 떼인 뒤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휴학계를 내거나 부모를 통해 대출을 받는 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대차 계약에서는 전차인이 건물주에게 보증금 반환 등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부동산 소유자와 주변 시세를 확인해 볼 것을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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