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인류와 바다는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함께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 바다는 마지막 보물창고일 것이다. 해양과학은 미래 먹거리를 선도할 창조경제로 성장하고 있다.”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바다를 이같이 표현했다. 해양환경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해양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 따른 해석인 것이다. 홍 원장은 1973년 서울대학교 해양학을 전공한 시절부터 42년간 바다와 함께한 우리나라 해양전문가 중 한명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부터 우리나라 해양과학의 산실인 KIOST 원장으로 취임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홍 원장은 누구보다 해양과학에 자부심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해양과학이 세계적 수준임에도 일반 국민의 관심이 적고 분야가 어렵다보니 그동안 전문분야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홍 원장 취임 후 해양과학에 대한 대중화가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바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과학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바다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바다에 대한 이해는 과학기술이 기본이 돼야하고 해양부문 국가안보 분야에서도 과학기술, 수학과 ICT 융합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세계 8번째 5000톤급 해양조사선 보유국가 된다
KIOST의 올해 가장 큰 성과는 5000톤급 규모의 대형해양조사선 ‘이사부호’ 전수식을 주저없이 꼽는다. 이사부호가 내년에 완성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해양조사선에 이름을 올린다. 세계에서도 8번째로 5000톤급 이상 대형 해양과학조사선을 보유한 나라가 된다.
홍 원장은 “올해 KIOST가 자랑할 일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뿌듯한 것은 아무래도 지난 10월에 개최한 대형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의 진수식”이라며 “내년 상반기 준공되는 길이 100미터에 달하는 국제 규모 첨단 대형해양과학조사선”이라고 설명했다.
21세기 신해양 시대를 맞아 건조 중인 이사부호는 2010년에 디자인을 시작했고 지난해 건조를 시작했다. 이사부호는 38명 연구원과 승무원 22명이 승선해 55일 동안 중간 보급 없이 대양에서 연구를 할 수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되는 친환경 스마트형 해양과학조사선으로써 저소음 저진동 운항 설비와 친환경 연소처리 장치와 첨단 ICT 정보전달시스템을 갖췄다.
홍 원장은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해양탐사에 투입되면 지구기후변화연구와 해양생물 및 광물자원 개발, 해양환경 보호에 우리나라도 아무도 걷지 않던 곳을 찾아 나서는 과학적 모험을 진행 할 수 있다”며 “인류가 당면한 공통 난제 해결에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서의 같이 도전하게 됐다. 향후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해양과학 공동연구 프로그램의 추진도 활발하게 진행되리라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따.
◆내년은 해양과학기술 대중화 ‘원년’…실용화에 집중
홍 원장은 내년이면 임기 3년차를 맞는다. 그만큼 그에게는 내년이 KIOST의 새 비전을 실천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그동안 연구에 매진하던 기관에서 벗어나 사업성과를 올리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내년에는 기업수요 맞춤형 실용화 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지난 40여년간 상당한 기술을 축적했으며 이중 단기적으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 발굴로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추가로 개발해 생산에 적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연안국지 해상상태 예보기술, 우량 흑진주 대량생산, 해양에너지 복합발전장치 등이 포함된다. 또 열대해양을 본격적으로 탐사하고 자원을 개발하는 ‘K-트로피카나(Tropicana)’ 사업을 계획 중이다. 전세계 해양의 절반을 차지하는 열대해역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그는 “열대해역은 생물자원이 우수하고 풍부한 산호생태계와 맹그로브 생태계로 구성됐고 수많은 해저 화산이 있어 금속광물 자원의 보고”라며 “다수 존재하는 소도서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이나 폭풍해일에 노출돼 있어 이들 국가를 지원하는 사업 또한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KIOST는 15년 전부터 북 태평양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 연방 축주에 해양과학기지(KSORC)를 활용해 경제적 수익구조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이 지역 거점 연구 인프라를 확충해 열대 도서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과학기술을 모형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열대해역은 지구 기후 조절 핵심과 해저지진 및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라며 “인류 공통 과제 수행에 전력 매진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 전진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적 교류도 적극적…해양강국 위상 높인다
홍원장은 지난 10월 런던협약 의정서 합동당사국총회 수석부회장에 재연임 됐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합동으로 산업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산업계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폐기물의 해양배출을 올해 완전히 종료했다. 폐기물 투기로 인한 해양 오염을 방지하는 데 사용한 정책적 수단은 런던협약의정서였다.
홍 원장은 런던협약의정서가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 산업을 성장시켰다고 말한다. 환경보호와 신산업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계기가 됐다는 판단이다.
홍 원장은 “ 해양폐기물 처리에 필요한 요소기술과 국가정책 수립 자료를 런던협약의정서 당사국으로써 용이하게 접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수석부회장 연임으로 국제 해양환경 보호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바다는 세계적으로 모두 연결돼 있어 국제성이 매우 강하다. 바다는 우리가 매일 먹는 생선이나 해조류가 서식하는 바다에서의 농토지”라며 “해양환경보호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한 투지다. 해양 환경보호 정책을 선진국 규제로 생각하지 말고 선제적 투자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환경 오염문제 본질은 과학기술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과학기술 투자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런던의정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해표면 산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탄소포집 및 해저 지층 격리(CCS) 사업 관리 규범을 제정했다.
이와 함께 지구 공학이라는 여러 과학기술적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적 방안들의 시행에 따른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도 포함돼 있다.
◆부산 혁신도시 이전은 ‘제2의 도약’…중국과 활발한 인적교류
KIOST는 오는 2017년 부산 동삼동 혁신도시로 이전한다. 현재 부산 혁신도시는 신청사 공사가 한창이다. 홍 원장은 부산 이전이 KIOST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원장은 “부산 이전이 KIOST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계기라 확신한다”며 “연구역량을 대폭 확충해 세계를 리드하는 해양분야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IOST도 중국과 관련한 협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현재 중국은 산업·경제적 활동무대를 해양으로 확대시키고 국가경쟁력 유지는 물론 해양과학기술 향상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국가 12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전략적으로 해양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는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선진연구기관과 공동연구 수행 및 전문가 교류를 통한 고급 해양인력 육성 등 자국의 해양과학기술력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또 인공위성과 해저관측기기를 활용한 실시간 첨단 해양 종합관측망 구축에 나서는 등 첨단기술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심해저 탐사기술과 유인잠수정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KIOST는 중국 청도에 한중해양과학연구센터를 1995년에 설치해 장기적으로 양국 과학기술자 사이의 파트너십을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양국 전문가들이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홍 원장은 “올해 초 수중로봇 관련 전문가 공동워크숍이 좋은 사례다. 지난 2013년에는 한·중 정상이 직접 황해 등 공통해역은 물론 전지구적 해양연구와 해양 가치 개발을 위한 양국간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미 기후변화 예측, 해저 광물 개발, 해양환경보호 거버넌스 분야 등에서 활발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를 선도한 바다…미래를 이끌 해양기술”
홍 원장은 바다를 인류의 삶의 터전이자 지구 기후의 조절자이며 다양한 생물자원과 무한한 광물 자원, 그리고 조력 등 끊임없이 자연적으로 재생되는 청정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강도로 바다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세계 경제 규모 12위로 평가 받는다는 것은 해운업이 활발하여 항만이 교역의 중심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선도한 것이 바다라는 확신에 찬 발언이다.
그는 “평지가 부족한 우리나라 산업기지는 80% 이상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즉 국가 경제 성장 엔진이 바다와 연관돼 있는 것”이라며 “당연한 말이지만 바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과학적으로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금까지 바다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바다에 대한 이해는 과학기술이 기본이 돼야 한다. 이제 해양부문 국가안보 분야에서도 과학기술, 수학과 ICT의 융합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프로필 = 1954년 출생, 경상북도 안동, 경북고등학교, 서울대 해양학과,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 석사, 미국 알라스카주립대 해양학 박사, 한국과학기술원 해양연구소 화학연구실 위촉연구원, 한국해양연구소 정책개발담당부장, 바이오마린텍 대표이사, 런던협약 의정서 합동당사국총회 부의장(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준설학회 회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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