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부산은 함부르크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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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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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


요즘 부산이 위기다. 조선업과 철강업은 물론 해운업마저 어려워져 부산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2월에 조사한 경제적 행복지수를 보면 부산은 전국 평균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부산은 앞서 위기를 맞았던 함부르크에서 배워야 한다. 함부르크는 한자 도시다. 한자(漢字)를 쓰는 도시라는 뜻은 아니고, 한자(Hansa) 동맹의 도시라는 뜻이다.

여기서 한자(Hansa)는 편력상인(遍歷商人)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14세기에서 15세기 북유럽의 라인강, 발트해, 북해에 면한 100여개 도시들이 한자(Hansa) 동맹에 참여했다. 당시 유럽 상거래의 중심이던 프랑스 플랑드르 지방 상인의 텃세에 대항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결성됐다.

함부르크와 부산은 공통점이 많다. 부산은 한국 제2의 도시, 함부르크는 독일 제2의 도시다. 함부르크의 역사도 81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두 도시 모두 유서깊다.

부산의 면적은 770제곱킬로미터(㎢), 함부르크는 755제곱킬로미터(㎢)로 면적도 비슷하다. 하지만 부산의 인구는 약 350만명으로, 함부르크(약180만명)의 2배가량 된다.

경제력은 어떨까? 도시 전체의 총생산(GDP)을 구매력(PPP)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2008년 현재 부산은 1210억 달러, 함부르크는 740억 달러로서 부산이 더 크다. 하지만 1인당 GDP는 부산이 3만4000달러, 함부르크가 4만2000달러 정도로 함부르크가 조금 더 높다. 산업 측면에서 부산과 함부르크는 조선, 해양, 기계 관련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함부르크와 부산, 두 항구도시가 직면한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독일의 함부르크는 유럽의 관문과 물류허브의 자리를 놓고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벨기에의 앤트워프와 오랫동안 경쟁해 왔다.

최근 로테르담이 기존 항구 바깥쪽 바다를 막고, 항구의 크기를 20%이상 늘리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1위 로테르담과 2위 함부르크의 화물처리 능력이 더 벌어지게 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으로, 세계 4위의 국적 해운회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AG)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함부르크 지방정부 입장에서 볼 때 독일 최대 해운업체의 부실은 곧 함부르크 항구로 들어오는 물동량의 감소로 이어지고, 함부르크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한다.

실제 2008년 970만 TEU(11위)였던 함부르크의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2012년 890만 TEU(14위)로 감소했다. 결국 독일정부와 함부르크市는 정책금융을 통해 두 해운업체가 중대한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여기에 함부르크시의 100% 자회사인 함부르크투자공사(HGV)는 2014년말 현재 하팍로이드 주식회사 (Hapag-Lloyd AG)의 지분을 23.2%나 갖고 있다. 2대 주주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항구도시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함부르크 지방정부의 결단이었다.

부산도 동북아 대표 관문의 자리를 놓고 상하이, 텐진, 다렌 등과 경쟁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산은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부산 신항을 개발했고,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에 있어서도 2008년 1350만 TEU(5위)에서 2012년 1700만 TEU(5위)로 상위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영화, 관광, 마이스(MICE) 등의 산업이 뜨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활발하게 돌아가는 항구를 토대로 하고 있다.

부산이 중국의 상하이, 텐진 등 경쟁항만에 더이상 밀려선 안 된다. 국적선사가 2개나 있고, 여기서 경쟁적으로 환적화물을 유치한다는 점이 부산항의 일거리와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국적선사가 아닌 덴마크의 머스크나 스위스의 MCS 등 글로벌 해운회사들은 굳이 부산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환적 화물을 처리할 이유가 없다.

또 최근 상하이의 화물처리 능력은 부산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산이 바다와 하늘, 육지를 그물망처럼 촘촘히 그리고 빠르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다와 관련된 해운업, 수산업, 물류서비스업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해야 부산의 밝은 미래도 있다. 함부르크가 로테르담에 순식간에 밀리고, 해운업체에 투자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는데, 부산도 참고해야 한다. 부산도 잠깐 한눈팔면 중국의 경쟁도시에 밀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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