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모든 사람이 변화는 불편해 합니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 시대죠. 죽는 것 보단 불편한게 낫습니다”
박현출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공사 사장실에서 가진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락시장의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이같이 운을뗐다. 30년간 수도권 먹거리를 책임졌던 가락시장은 현재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과거 남대문 경성중앙도매시장에서 시작한 시장은 해방 후 염천교와 을지로, 그리고 청량리 방면으로 퍼졌다. 이후 이 시장들은 다시 가락동 부근으로 옮겨왔다. 한 번에 시장들이 모이자 혼잡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가락시장의 출입 인구는 하루 10만명, 거래물량만 240만톤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의 도매시장으로 꼽히는 프랑스 헝지스 시장보다 40만톤이나 많은 물량이다. 가락시장은 이미 단위면적당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우뚝 섰다. 박 사장은 시장의 혼잡도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마지막 과제라고 설명했다.
◆물류비 감소가 경쟁력의 관건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의 물류비 감소에 고민이 많다. 유럽의 도매시장이 산지의 농산물 거래 역할만 하는 데 비해 가락시장은 개별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까지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시장 내 혼잡도가 올라가며 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현재 가락시장은 세계 10대 경제권이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에는 걸맞지 않는 모습이라서 시장 자체를 현대화하는 것이다”라며 “껍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의 운영 소프트웨어 까지 변해야 될 시점에 와있고 그래서 갈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락몰 시장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우선 상인들이 새 건물로의 이주가 완료되어야 한다. 이들이 새 건물로 이주를 해야 도매 권역 시설의 현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상인들이 영업환경을 이유로 가락몰 이주를 거부한다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박 사장은 “상인들이 입주를 거부하면서 새 건물의 혼잡문제와 차량 이동문제를 거론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물류회사의 전문가들을 통해 130% 이상의 혼잡도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 혼란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입주를 거부하는 지하 1층의 경우 250면의 주차장이 완비돼 있어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에 더 편리하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전동차램프와 화물승강기도 증설 계획도 세워놨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입주 후 영업이 잘되는 것에 놀란 상인들이 있는데, 앞으로 소문이 나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 "가락몰 K푸드 중심지 만들 것"
박 사장은 가락몰의 현대화 완성 이후 미래 비전으로 세계 명품시장을 제시했다. 가락시장은 대량도매권역과 식자재 도소매권역이 공존하다 보니 효율성 확보는 물론, 관광명소의 잠재력도 크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가락몰을 국내 소비자는 물론이고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가장 저렴하고 신선한 식품을 맛보는 곳으로 활성화 시키고 싶다”며 “업무동의 도서관이 곧 문을 여는데 다양한 요리정보 창고로 특화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 신설되는 업무동 도서관은 요리와 식재료 정보가 집중적으로 배치된다. 아울러 박 사장은 도서관 옆 스튜디오에서 시민들의 요리 콘테스트 참여를 통해 가락몰을 식문화 명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박 사장은 “현재도 음식에 소양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스쿨 과정을 운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가락몰의 입주가 완료되면, 농산물·수산물·축산물 등 모든 것들을 원스톱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구상에는 가락시장이 제공하는 다양한 식재료와 효율적인 유통구조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의 마지막 구상은 가락몰을 K푸드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류열풍을 비롯해 한국의 먹거리에 관해서도 인식이 좋아지는 점에 착안, K푸드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가락시장에 오면 전 세계인의 고민인 비만문제를 해결할만한 식자재를 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도매인제는 시대적 요청
박 사장은 시장의 시설뿐 아니라 거래의 구조도 바꿔야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경매제가 거래방식으로 우세한 편이지만 박 사장은 시장도매인제로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거센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상을 모른 체 이상적인 구조만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시장도매인제가 시대적 요청이라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박 사장은 “경매라는 제도는 공정하게 가격을 형성하는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과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선진국도 경매를 많이 했지만 결국 없어진 이유를 살펴보면 생산자들이 혼자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합 형태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섭력이 생기면 경매라는 불편한 제도보다 도매상과 직접 거래를 하겠다는 요구가 산지에서 나온다”며 “또 매일 판매물량이 정해져 있는 대량소비처 역시 일정한 물건을 일정한 가격으로 요구하는 협상거래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경매제를 지지하는 측에서 지적한 대금지급의 안정성 문제나 거래정보의 투명성 문제에 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사장은 대금 지급의 문제에 관해서는 정산은행을 만들어 선 지불하고 시장에 상환하는 형태로 지급을 보장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앱등 전산등록을 통해 가격 및 운송정보도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매 위축 후 가격하락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 오타도매시장의 예를 들었다.
박 사장은 “오타도매시장의 경우 경매비율이 10%에 불과하고 대부분 협상방식으로 거래되지만 가격이 하락한 증거가 없다”며 “가락시장에서도 고구마의 경우 경매와 협상 두 가지 방식으로 거래되는 데 일부 물량이 경매로 빠져나가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자신의 철학은 지키되 상인들과 대화는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사장은 “시대의 흐름이 협상거래라도 상인들의 공감대를 천천히 얻어가겠다”며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시장이 시대의 공감대를 담아내도록 의견을 교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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