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세상보기] '쯔위'가 보낸 경고, 과도한 중국 의존을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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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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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교 총편집

‘쯔위 사건’으로 정작 안팎곱사등이가 된 쪽은 쯔위 소속사인 JYP였다. “쯔위는 강압에 의해 카메라 앞에 섰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JYP가 ‘범인’이었던 셈이다.”(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쯔위의 사과는 소속사가 대륙시장을 놓고 어쩔 수 없이 내린 타협이었다.”(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 협객도)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앞에서 사태를 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앞세우다 다른 문제는 고려할 여유조차 없었던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결국 중국, 대만 어느 편으로부터도 좋은 얘기를 듣지 못했다.

대만 총통 선거일인 지난 16일 아침. 투표소로 향하기 직전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출신 멤버 쯔위의 사과 동영상을 본 유권자들은 수백만에 달했다. JYP가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하필 15일 밤이었다. 그의 ‘죄’는 TV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어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듯 보였다는 것. 동영상 속에서 “중국은 하나다”라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쯔위의 표정은 맥이 풀린 듯하면서도 굳어 있었다. 사과 시작과 마지막에는 상체를 90도 이상 깊숙이 숙이는 바람에 상반신이 고정된 카메라 앵글을 벗어날 정도였다.

그 뒤 당황한 쪽은 중국이었다. 대만 내 반중 정서에 불이 붙어 그러잖아도 압승이 예고됐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게 청년층 몰표가 쏠린 탓이다. 중국 당국은 역풍이 고조되자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정부는 이제 대만행 관광객 축소 조치에 나섰다. 대만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92공식’(九二共識·양안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기로 한 합의)을 받아들이라는 차이 당선자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92공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92공식은 양안(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대원칙을 견지하기로 하면서도 그 의미는 각자 해석에 맡겼다.(一個中國, 各自表述) 다만 이에 대해서는 ‘서로 충분히 협의한다’고만 했다. 양안 간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이 정도로 앙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 원칙에 입각해 중국과 수교하는 모든 나라는 먼저 대만과 단교하도록 해왔다. 대만은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대신 중국에 속한 하나의 성(省)일 뿐이며 언젠가는 통일시켜야 할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그러나 대만은 공식적으로 ‘민국(民國)’이란 연호를 쓸 정도로 국민당 정부의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다. 2016년을 ‘민국 105년’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쑨원(孫文)이 난징에 국민당의 중화민국을 세운 1912년을 기점으로 한 것이다. 대만은 거리 곳곳에 우왕짜이쥐(母忘在莒·과거 고난의 세월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춘추전국시대 고사에서 나옴)라고 써놓고 본토 수복을 외치곤 했다. 지금은 대만 사람들도 “수복은 물 건너 갔다”고 보는 편이다. 그들 중 60%는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타이두(臺獨·대만독립운동)를 추구하는 쪽에서는 민국이라는 연호도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다.

쯔위 사건은 과도한 중국 의존의 후유증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중국 측 압박 앞에서 JYP는 대책없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크게 다가올수록 리스크도 커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새삼 깨달아야 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대만이 충분히 경험했다.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올인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끝나 정권까지 내줘야 했다. 중국 성장률 둔화의 후폭풍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대만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무려 40%로 높아졌으니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더욱이 대만 기업의 본토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도 민심 이반을 초래한 배경이 됐다. 이에 차이잉원은 “국민당은 대만에 하나의 선택권만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한 달을 둘러싼 한중 언론인 토론회에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한중 양국 주재 전·현직 특파원들과 양국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이 FTA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회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시됐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25%나 된다는 사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듯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한국의 중국 소비재시장 점유율은 8위에 불과해 앞으로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문화 교류 등 정서적 교감을 통하면 양국이 소비재 교역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시했다. 한류에 기대를 건다는 뜻으로 들렸다. 쯔위 사건에서 보듯 한류의 중국화에 따른 부작용이 잉태되기 시작했는데도 너무 낙관적인 측면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단 경제나 문화나 한류뿐이 아니다. 이제 외교·국방·북핵 등에 있어서도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 선택지를 너무 좁혀 놓은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풀이 죽어 고개 숙이는 쯔위가 장래 우리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아주경제 중문판 총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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