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그림자 규제를 없애고 금융사의 자율권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알아서 따라오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되레 금융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임종룡 위원장이 연초부터 성과주의 문화를 밀어붙이자 시중은행들이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임 위원장이 지난 3일 금융사 최고경영자 및 금융협회장들을 한 데 불러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나서달라고 주문하자, 다음날 바로 민간 금융사들이 모여 성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방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의 말이 사실상 구두로 내리는 일종의 지침이나 규제나 다름 없다"면서 "금융사 입장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역시 금융당국에서 강조하고 시중은행들이 눈치껏 알아서 따라간 꼴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금리단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금리대출 확대를 주문하자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10%대 안팎의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핀테크의 경우도 지난해 정부에서 시중은행들에게 스타트업과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양해각서(MOU)를 맺는 수준 그치고 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핀테크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결국 규제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중은행들도 핀테크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하는 시늉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시장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당국이 밀어붙이는 정책이 실제로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중금리대출의 경우도 은행들이 4~7등급 중신용자에 대한 개인신용평가 데이터와 경험이 부족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최근 중금리대출 활성화 대책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확대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각 5000만원씩 조성하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단순히 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대출을 출시하는 것으로 금리단층 문제를 해결할 수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과주의 역시 노조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개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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