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북한 도발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미 다 내성이 생겼어요. 미사일 발사 정도로는 거래가 끊기거나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네요. 국지도발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부동산시장에 북한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겁니다.”(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T공인중개업소)
“봄 이사철 성수기를 앞두고 예년 같으면 어느 정도 거래 수요가 들어와야 하는데, 설 이후 문의가 다소 줄었어요.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관리대책 시행,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안 그래도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냉각 분위기가 장기화할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경기 파주시 문산읍 D공인중개업소)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에 따라 새해 초부터 북한 인접 지역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와 일산 지역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했다.
이날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파주와 일산의 아파트값 변동률은 각각 0.00%와 -0.03%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해당 지역 중개업자들은 부동산시장에 이미 북한 도발에 대한 학습효과가 깊게 자리하고 있어 수요나 가격 측면 모두 큰 변동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U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포격 등 북한 도발에도 일부 최인접 지역 토지거래를 제외하고는 시장이 큰 충격 없이 정상적으로 굴러갔다”면서 “최근 남북 냉각 분위기에도 오히려 파주 지역은 이달 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지하철 3호선 연장 계획 발표로 투자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는 서울 삼성역에서 파주 운정신도시를 잇는 GTX A노선 계획과 지하철 3호선을 운정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까지 고개를 들면서 운정신도시 내 일부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주 운정 힐스테이트의 한 분양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많아야 하루 평균 20~30여건 정도 밖에 계약이 안 돼 걱정이 많았지만, 국가철도망 계획안 발표 이후에는 설 휴일에도 일평균 7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지금도 하루 100건 정도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북한 관련 리스크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중개업자들은 올 봄 이사철을 앞두고 남북 관계 경색이 장기화하거나, 국지도발 등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이어질 경우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분양시장보다는 기존 주택시장에 먼저 경고등이 켜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 인근 T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는 증권시장에 비해 확실히 부동산시장이 북한 도발 등에 따른 변동이 적은 편”이라면서도 “개성공단 폐쇄가 장기화하면 북한군이 5~15㎞가량 전진 배치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파주시 문산읍 M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아직 시장의 큰 반응은 없으나, TV에서 매일 같이 파주가 언급되니 향후 외부인 수요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봄 이사철 성수기가 곧 다가오는 상황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우리 측의 전단 살포 등으로 상황이 악화돼 대목을 놓칠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