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4·13 총선 전 '야권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에서는 총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 속에 당 대 당 통합을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이 불과 4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데다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야권 통합·연대 불가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통합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 등 야권 협력의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 야권이 4·13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야권에 다시 한 번 통합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았고, 모든 국민은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실정을 심판하려고 생각한다"면서 "야권 통합을 위해서 이런저런 협상을 할 시간이 없다. 대의를 위해, 민주 정치의 발전을 위해, 야권에 승리를 가져오고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권이 정부·여당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해 총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더민주를 탈당한 분들 대다수가 더민주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기 때문에 그 명분은 지금 다 사라졌다"면서 "그래서 지금 더민주 밖에 계신 분들이 지나치게 명분론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다시 단합할 계기를 마련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선 야권 통합 틀을 통해 총선 승리를 담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며 "한 달 전 쉽게 통합이 되겠냐고 한 것은 현상을 놓고 한 말이고, 통합 필요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권 통합을)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국민의당 창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야기할 수 없어 그동안 말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당은 김 대표의 통합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솔하게 답변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고, 김한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김 대표 발언의) 진의를 조금 더 알아보겠다"고 했다.
양당 구조 타파를 창당 기조로 삼은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통합 제안을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더민주가 먼저 내민 야권 통합 또는 연대의 손을 거부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국민의당도 이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누리당도 야권 통합 움직임을 '구태정치'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취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통합을 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묻지마 연대와 야권 야합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오로지 총선에서 승리해서 의석을 나눠 먹겠다는 식의 '국민 기만행위'이고 비겁한 '선거용 꼼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