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야당을 위해 많은 응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죽을 죄를 졌습니다."
지난 2일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12시간 31분의 기나긴 '속죄의식'이 이어졌다.
토론을 마치고 나서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테러방지법을 막지 못했습니다. 또 필리버스터를 돌연 중단해서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야당 의원들은 9일 동안 입이 닳도록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원안에서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여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자구수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민주는 고육지책을 냈다. 4·13 총선에서 승리해 테러방지법을 개정하겠다며 필리버스터 중도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야당 의원 37명이 연이어 연단에 서서 본회의 표결 시간을 지연시키는 동안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물밑 협상을 이어갔던 이 원내대표로서는 '필리버스터 회군'에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원내대표가 '속죄의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더민주가 많이 양보해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제시했을 때도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여야 협상 과정에 참여한 한 여당 의원에게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국민도 많은데 야당 수정안을 놓고 다시 협상해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야당이 먼저 '석고대죄'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테러방지법은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원하는 대로 통과됐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 국회의원에게 '석고대죄'를 운운하고,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여당 의원들에게선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야당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만을 바랐고,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몸을 낮춰야할 쪽이 더민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난 2일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12시간 31분의 기나긴 '속죄의식'이 이어졌다.
토론을 마치고 나서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테러방지법을 막지 못했습니다. 또 필리버스터를 돌연 중단해서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야당 의원들은 9일 동안 입이 닳도록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원안에서 한 자도 고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야당 의원 37명이 연이어 연단에 서서 본회의 표결 시간을 지연시키는 동안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물밑 협상을 이어갔던 이 원내대표로서는 '필리버스터 회군'에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원내대표가 '속죄의 필리버스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더민주가 많이 양보해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제시했을 때도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시 여야 협상 과정에 참여한 한 여당 의원에게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국민도 많은데 야당 수정안을 놓고 다시 협상해볼 수는 없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야당이 먼저 '석고대죄'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할 수 없다"며 어깃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테러방지법은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원하는 대로 통과됐다.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을 대변하는 야당 국회의원에게 '석고대죄'를 운운하고,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여당 의원들에게선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야당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만을 바랐고,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며 몸을 낮춰야할 쪽이 더민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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