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이미 올해 3%대 성장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7년 만에 가장 낮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에 기록적인 수출 급감에 시달리는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 둔화로 올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수출의 경우 지난달 364억 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2.2% 감소했다.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감소 폭은 1월(-18.5%)에 이어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월보다 하락세가 완만해졌다고 하지만 1월 감소 폭이 2009년 8월(-20.9%)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수출 부진이 심화하자 국내 생산, 소비, 투자 활동도 악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줄었다.
작년 10월(-0.8%)과 11월(-0.5%)에 2개월 연속 감소한 전체 산업생산은 12월(1.3%)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내수의 바로미터의 소매판매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소비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13.9%)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 전월보다 1.4% 감소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보다 낮은 98에 머물렀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앞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설비투자는 기계류(-2.5%)와 운송장비(-11.0%)에서 투자가 모두 감소한 영향으로 6.0%나 줄었다.
경제심리와 직결되는 일자리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달 15∼29세 청년실업률은 12.5%로 1999년 6월 관련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도 4.9%에 달해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7년 만에 가장 어두워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32개 해외투자은행과 경제분석기관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에 머문다. 지난해 성장률 3.1%에도 못 미친다.
대외변동성에 취약한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올해 정부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1%,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로 내다봤지만 이미 국내외 IB 중에서는 최악의 경우 1%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 곳도 있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중순 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올해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부양책에 집중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구조개혁 분야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ㆍ금융ㆍ교육ㆍ공공 부문의 구조개혁 추진력을 강화해야 하고 인구 측면에서는 고령화 및 정년퇴직, 여성인력,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구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교수와 만나 "중장기적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루비니 교수가 강조한 4대 부문(노동, 공공, 금융, 교육) 구조개혁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정부의 구조개혁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고 밝혔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단기 부양책으로 경기가 일시적 회복세를 보였다가 재정 여력이 달려 급랭하는 현상이 반복되면 재정을 통한 경기 살리기도 통하지 않게 된다"라며 "긴 호흡을 가지고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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