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사퇴 파동을 일으켰다 23일 당 잔류를 선언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본격적인 '선거 수장' 행보에 나섰다.
김 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출정식 형태의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공천 과정에서)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는 일은 매일 매일 낡은 관행과의 싸움이었다"며 '김종인표' 공천에 반발한 당내 친노(친노무현)계·운동권으로 대표되는 구 주류를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이후 정부·여당으로 포문을 돌렸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심판하고 국민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드리는 선거"라며 "또 새누리당 정권의 잃어버린 8년을 심판하고, 서민과 중산층, 보통사람들의 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선거"라고 규정했다. 또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이 시대 최우선 과제로 다시 한 번 합의하는 선거"라고도 했다.
이는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진영 의원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를 임명해 선거전에 전면 배치시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정부안 후퇴'에 반발해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사퇴했고, 김 전 부총리는 중도·보수 쪽 경제통으로 꼽힌다. 김 대표가 '중도 외연 확장'과 '경제 실정론'에 총선 전략의 방점을 찍고, 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선거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를 '잃어버린 경제 8년'이라고 싸잡아 비판하며 "지금 우리에게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잘사는 경제'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이는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가 한목소리로 국민에게 약속하면서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가 끝난 문제"라며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이 문제를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더민주가 총선에서 승리해야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꿀 수 있다"면서 "더민주에 힘을 몰아달라. 강력한 야당,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제대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김 대표와 구 주류 간 갈등이 봉합됐지만 '휴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일단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선거전에선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가 형성될 전망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선거 후보 등록이 끝나면 유세전에 집중하게 된다"며 "당 구성원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면서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초경합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핵심 지지층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한데, (김 대표의 외연 확장 전략은)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표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선거를 진두 지휘해야 하는 수장이 당무를 거부해 더민주의 수권 정당으로서의 이미지와 신뢰감을 훼손하고, 자신의 리더십에도 스스로 상처를 낸 점은 김 대표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김 대표는 이날 "국민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 1등 정당이 되겠다"면서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인 불평등 해소와 포용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으로 정면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