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이폰 잠금해제를 두고 기싸움을 벌였던 미 연방수사국(FBI)과 애플의 입장이 바뀌었다. 기술 제공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애플에 맞서 FBI가 자체 기술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사 협조 차원이 아니라 특정 수준 이상의 기술 개발 경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FBI가 샌버나디노 테러 주범의 아이폰 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이스라엘 기업 셀브라이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셀브라이트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시장에서는 일단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이폰 속 플래시 메모리의 복사본을 만들어 암호가 풀릴 때까지 다양하게 조합하는 방식 등이 우선 떠오른다.
지난 1999년에 설립된 셀브라이트는 2007년 일본의 선 코퍼레이션에 편입됐다. 스마트폰 해독 기술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FBI와는 이번 아이폰 해독 기술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FBI가 자체 기술로 테러범의 스마트폰 암호를 열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일본 도쿄증시에서 선 코퍼레이션의 주가는 40%나 상승했다.
FBI와 애플 간 법정 다툼의 핵심이었던 기술력 문제가 해소됨에 따라 앞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애플이 FBI 측에 이번 기술력의 알고리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시나리오다. 테러범의 아이폰 정보를 뚫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품을 들였던 FBI 측에서는 당연히 알려줄 리 없다.
그렇다면 고전적인 방법으로도 암호를 해독하기 어렵거나 해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도록 애플이 암호화 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FBI가 새로운 방식을 토대로 또 다른 아이폰에 접근할 경우 우수한 보안성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렸던 애플의 명성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어떤 경우라도 애플과 FBI 측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분명해 보인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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