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하노이) 한아람 기자 = ‘오토바이의 나라’라고 불리는 베트남에 지난 2007년 한국 렌터카 업체가 처음으로 진출했다. 바로 현재의 롯데렌터카다.
롯데렌터카는 소득수준, 문화적 차이, 생활방식 등 모든 면에서 달랐던 베트남 시장에서 수 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현재 베트남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1위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 이면에는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던 씁쓸한 실패와 노력이 있다.
한국과 달리 기사가 포함된 렌털 시스템,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에 통근버스를 렌트해주는 B2B 시장 공략 등 롯데 렌터카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만의 독자 시스템과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기사 포함·유류대 등 철저한 현지화…“베트남, 만만치 않은 시장”
“기사 포함·유류대 등 현지화 된 시스템 구축에만 1년 6개월이 걸렸어요. 한국과 상당히 다른 렌트 방식에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베트남 진출 초기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해온 김형석 롯데렌터카 하노이 지점장은 지난달 23일 롯데렌터카 하노이 지점에서 본지와 만나 초창기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김 지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개인이 승용차를 빌려 타고 기름도 개인이 채워오는 방식이지만, 베트남은 달랐다”며 “베트남은 렌터카 업체들이 직접 킬로미터에 따라서 유류대를 계산해 청구하고 기사까지 포함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최초 진출자인 롯데렌터카는 무엇이든 새로 개척해야 했다.
김 지점장은 “유류대를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차종에 따라 연비를 계산해 유류대를 산정하는 부서가 필요했고, 기사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기사를 채용·관리하는 관련 부서가 또 필요했다”며 “이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베트남 현지 기사를 채용하는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김 지점장은 “처음에는 다른 어떤 조건보다 한국어, 영어를 할 줄 아는 현지 사람을 고용했는데, 언어 능력을 갖춘 젊은 층은 이직률이 잦고 고객과의 마찰도 곧잘 생겼다”며 “그 후에는 언어보다는 근면성실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채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가 근면 성실한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실시했던 것은 ‘원데이(One day) 면접’이다. 단순히 스펙만으로 짧은 시간동안 지원자를 평가해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지켜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성실함과 일에 대한 의지를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채용 제도다.
◆ 고객 맞춤형 전략·통근버스 시장 공략…매출 ‘급상승’
초창기 롯데렌터카 법인은 1년 동안 렌털 차량 30대로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고전을 겪었다. 그러다 고객 맞춤형 프리미엄 전략과 B2B 시장 공략을 내세우며 성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 지점장은 “현지 업체에 비해 높은 금액을 받고서라도 고객의 니즈를 하나하나 다 들어주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이 덕분에 2009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2010년, 2011년도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에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 통근 버스 시장을 공략한 점은 롯데렌터카 베트남 법인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김 지점장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대거 진출한다는 점은 롯데렌터카에게 기회였다”며 “보통 공장은 주요 시내와 1시간에서 1시간 반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이 통근버스를 구입하고 기사를 채용해 직접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은 렌털 업체와 협력하는 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렌터카 베트남 법인이 이 같은 B2B 시장을 잡기 위해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승차감’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퇴근 하는 현지 직원들이 1시간, 1시간 30분 동안 머무르는 출근 버스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지점장은 “다른 현지 업체들이 스프링 서스펜션(충격 흡수 장치)을 사용한 반면, 롯데렌터카는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한 차량을 사용해 험한 도로에서도 차별화된 승차감을 제공했다”며 “그 결과 삼성전자 직원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통근버스 렌털 차량 수가 2014년도, 2015년도에 2배, 3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 렌터카는 베트남에 최대 규모로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 박닌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수 백대의 통근버스를 장기 렌털하고 있다. 현재 롯데렌터카 베트남 지점의 통근버스 등 B2B 매출은 80%에 육박한다.
김 지점장은 이 같은 매줄 편중을 완화하는 것이 올해 사업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통근버스를 통한 80%매출 비중을 올해 승용차, 승합차 사업 쪽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보험 서비스와 기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렌터카 베트남 법인은 호치민, 하노이, 다낭 등 총 3개의 지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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