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 사상 최대 조세 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부친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온 데 이어 상속세 논란도 불거지며 사퇴 압박 여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이날 하원에 참석해 "부친이 개설한 역외 펀드에 한때 직접 투자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불거진 일부 의혹들을 시인했다. 다만 부친과 본인의 거래는 불법적 '조세 회피'가 아닌 '통상적 금융 거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외 펀드를 통해 이익을 올린 시기는 총리 취임 전으로, 해당 펀드는 2010년에 매각해 약 1만9000파운드(약 3100만 원)의 이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다만 배당 관련 소득세는 모두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탈세와 과도한 조세 회피는 금지해야 하지만 인위적인 세금 회피와 투자 장려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자녀에게 금전적 선물을 하는 부모들을 정부가 지지해야 한다"며 "상속세를 물지 않기 위해 생전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가 인정하는 발언을 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설사 기존에 했던 행위가 법률에 위반되지는 않더라도 해명을 먼저 하려 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부유층이 적용 받는 룰과 그 외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룰은 다른 것이냐"며 비판했다. 다른 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측에서도 "총리의 해명이 충분치 않다"며 "평범한 사람들과 부자들 사이에 다른 룰이 적용되는 데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많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가 잇따라 돈과 관련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오는 6월 23일 예정돼 있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캐머런 총리는 그동안 영국의 경제 안정을 위해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해야 한다며 호소해왔다. 캐머런 스캔들에 대한 반감이 많아지면 나비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캐머런 총리가 본인의 납세 기록을 공개함에 따라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도 11일 납세 기록을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부친이 '파나마 페이퍼스'로 구설수에 오르자 해명하는 차원에서 본인의 납세 기록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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