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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관리사무소가 보낸 지하주차장 통제 지침. 이 공문은 14일 오후 2시에 각부처로 발송됐지만 해당부처는 오후 5시30분에 수신됐다. [사진=배군득 기자]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지난 6일 공시생의 청사 침입 사건 직후 정부청사 보안시스템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는 가운데, 행정자치부 담당자들이 급하게 공문을 만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안강화는 좋지만 급조된 시스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15일 정부세종청사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세종청사 지하주차장 보안강화 차원에서 민간인 출입 제한조치를 14일 오후부터 시행했다.
공문에는 '최근 발생한 정부청사 출입 보안사고가 발생하면서 외부용역업체 직원 등 민간인 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세종청사 지하주차장은 공무원이 차량에 부착한 녹색 출입증만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계약직은 기존처럼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세종청사관리사무소가 전달 공문을 급조하면서 청사 내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방호원들과 혼선을 빚은 것이다. 방호원들은 전날 오후에 출입 대상 차량 교육을 받았다. 녹색출입증을 소지하지 않은 차량은 무조건 지하주차장 출입을 통제했다. 계약직 공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로 인해 각 부처에서 지하주차장 출입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종청사관리사무소는 14일 오후 2시에 해당 공문을 각 부처에 발송했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부처들에게 접수된 공문은 오후 5시30분이었다.
세종청사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전날 급하게 공문을 만들다보니 방호요원들과 제대로 소통이 되지 못했다”며 “출입제한에서 제왼된 계약직 공무원들도 녹색 출입증을 받으면 지하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청사는 보안이 강화된 이후로 민원인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지하주차장 뿐만 아니라 정문 통과도 쉽지 않다. 최근 보안강화로 곳곳에서 방호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민원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방호요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청사관리소에서 지침을 시달하지만 공문이나 명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무조건 하달되는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한 방호요원은 “공무원들과 시비를 붙는 일은 거의 없지만, 민원인이나 청사를 상시 출입하는 민간인들과 언쟁이 많아졌다”며 “청사관리소에서 내려온 지침이 모호하다보니 민원인들과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강화된 정부청사 보안이 땜질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번 사건이 터진 후 ‘사후약방문’ 식으로 조치를 취한 후 다시 느슨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정부세종청사가 처음 가동되고 얼마 후 외부인이 휘발유를 청사로 반입해 불을 지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하자, 공무원 출입증 확인과 소지품 검사 등 보안이 강화됐다.
2014년에는 인근 사슴농장 주인이 트럭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정문을 뚫고 들어와 바닥에 방호게이트를 설치하는 소동도 벌였다.
이번 송씨 사건이 터진 후 민원인들은 담당자를 만나려면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민원이 몰리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검색대를 통과하는데만 2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세종청사 특성상 출입증을 한번 소지하면, 다른 부처나 여러 부서 업무도 가능하기 때문에 민원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출입증을 받는다.
그런데 최근 보안 강화로 부서 출입도 자유롭지 못하다. 각 부서 출입문도 상시 개방을 할 수 없도록 청사관리소가 지침을 내리면서 민원인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우리도 보안강화가 불편하지만 지침이 하달된 이상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청사가 공무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는 곳인데 행정자치부가 너무 보여주기식 대책을 마련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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