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또 오해영'은 '연애의 발견'의 진화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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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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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CJ E&M]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사건 1. 박도경(에릭 분)은 결혼 하루 전 증발해버린 예비 신부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절망에 산다. 그런데 돌연 사라진 오해영이 한태진(이재윤 분)과 결혼을 한단다. 박도경은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아간 한도경을 단박에 무너뜨린다.

사건 2. 여기, 박도경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업이 부도나고 전과자가 된 한태진이 있다. 한태진은 무능한 놈이 될 바에야 나쁜 놈이 되자는 마음으로 결혼 하루 전, 오해영(서현진 분)에게 말한다. “우리 결혼하지 말자. 내가 널 그 정도로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아. 네가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졌어.” 오해영은 차마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결혼은 내가 파토낸 걸로 하면 안 될까? 내가 안 한다고 해서 엎은 거로 해줘. 그것만 해줘. 나 너무 창피해”라며 애원한다.

그런데 사건 1과 사건 2의 오해영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면? ‘동명 오해 로맨스’를 내세워 2일 첫방송한 tvN 새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은 이렇게 출발한다. ‘동명’ ‘오해’ ‘로맨스’ 중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동명이인으로 생긴 오해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를 충실히 담아낸다. 여기에 박도경에게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판타지적 요소를 끼얹었다.

‘연애의 발견’에 이어 연이어 로맨틱 코미디를 하게 된 에릭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전작은 관계에 집중, 그 관계를 현실적으로 소소하게 풀어내는 드라마였다면 ‘또 오해영’은 큰 사건과 재밌는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숨 쉴 틈 없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는데, 그러면서도 드라마는 지질한 연애를 현실적으로 소소하게 풀어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서현진의 연기가 큰 몫을 했다. 면전에서 “선 보러 와서 삼겹살 먹자고 하는 여자는 처음”이라고 친구에게 보고용 문자를 보내는 남자에게 “저도 그쪽 별로예요. 그래도 밥 먹고 헤어지는 게 예의니까, 레스토랑에 앉아서 접시에 코 박고 있는 거보다는 고기 굽고 뒤집고 뭐라도 할 게 있는 게, 어색한 시간 덜 고욕이잖아요.”라고 응수할 때, 삼겹살만 먹고 내빼는 남자에게 “아무리 제가 아니래도요, 이건 너무 하신 거예요. 예의잖아요, 선 볼 때 2시간은?”이라고 채근할 때, 드라마는 현실이 된다.

캐릭터 각각의 매력도 선명하다. 전작보다 더욱 안정된 발성과 섬세한 연기로 무장한 에릭이 연기하는 박도경은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의 소리를, 낮과 밤의 소리를 구분하는 완벽주의 음향 감독으로, 로맨스물 남자주인공의 전형인 ‘나쁜 미친놈’이라 익숙해서 더욱 매력적이다. “내 결혼, 내가 엎었는데, 왜 그걸로 나를 괴롭히느냐”는 서현진의 절규에 “기대했어, 호텔 뷔페. 저녁부터 굶었어”라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직장 상사 예지원은 여지없이 기괴한 유쾌함을 뿜어낸다.

이 작품의 지닌 아이러니함은 예쁘고 친절하고 인기도 많은 전혜빈의 오해영 그늘에 가려져 ‘흙해영’이라고 불리는 서현진의 지질한 오해영이 지나치게 예쁘고 매력적이라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또 오해영’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평범을 훨씬 넘어서는 미모의 여배우에게 평범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정을 씌워놓는 것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내세운 작품이 틀림없이 지닌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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