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뛰는 에릭에 나는 서현진…‘또 오해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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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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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tvN]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또 지지고 볶는 연애질이구나 싶었다. 동명이인의 ‘잘난’ 오해영(전혜빈 분) 때문에 인생이 꼬인 ‘보통’ 오해영(서현진 분)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자 박도경(에릭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동명 오해 로맨스라니. 유치한 데다 현실성까지 없겠네, 싶었는데 정작 보고 나니 불현듯 가슴을 치는 대사가 적지 않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이야기다.

케이블 채널 tvN은 그간 평범한 청춘 남녀의 보통 사랑을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불륜이라든지 하는 자극적 감미료를 넣지 않고 끈덕진 지구력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동명 오해 로맨스’에 초능력을 겸비한 남자 주인공이까지…솟구치는 실망감은 기우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로 여성의 섬세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묘사해 온 박해영 작가의 필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빛난다.

같은 반에 있는 같은 이름의 학생, 생각해 보면 누구나 있던 경험인데도 그들의 고충을 들의 고충을 헤아려본 기억은 없다. 예쁜 오해영에 가려진 그냥 오해영의 대사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학교 때 오해영!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열에 아홉은 날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체육 대회 때 전부 오해영! 오해영! 이러면서 응원하는데 그 오해영이 내가 아닌 걸 아니까 일부러 져줬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미워하면 지는 거다 질투하면 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어요”라는 서현진의 대사가 그렇다.

결혼식 전날 차인 서현진과 결혼식 당일에 사라진 신부 때문에 고통에 사는 에릭의 대사는 파혼 경험이 없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서러운 이별을 겪어봤으니까.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 빌붙어 살아야 하는 기분”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따위의 대사를 내뱉는 주인공의 모습은 곧 우리다.

사실성 짙은 대사를 현실로 완성하는 것은 배우의 열연이다. 서현진은 결혼식 전날 차이고 실성해 막춤을 추고, 즉석밥 두 개에 물을 말아 꾸역꾸역 입으로 쑤셔 넣으면서 작품의 웃음을 책임지다가도 금세 서러운 눈물을 흘린다.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의 소리를, 낮과 밤의 소리를 구분하는 완벽주의 음향 감독을 맡아 로맨스물 남자주인공의 전형인 ‘나쁜 미친놈’을 자처한 에릭은 치명적이다. 둘의 모습을 보자면 연애 세포가 절로 살아나는 기분이다.

가슴이 절절하다 두근거리기를 반복하다가도 픽, 김이 새는 순간이 있다. 적나라한 PPL 때문이다. “전원만 켜 놓으시면 알아서 작동하고요. 이제 음식물 쓰레기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라며 싱크대 하수구를 클로즈업하는 것은 ‘요즘 PPL 없는 드라마는 없다’는 아량도 베풀 수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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