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워런 버핏이 애플 주식을 1000만 주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애플 주식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전환하는 의미라는 관측도 나온다.
CNBC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자료를 통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 주,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256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취득 시점과 4월 이후 추가 취득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에 즉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 판매율 저조·중국 경제 침체 등으로 최근 애플 주가는 27%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애플 주가는 2월 8일 기준 93.99달러로 떨어졌다가 3월 28일에는 109.99달러로 반등했었다. 그러나 부진한 1분기 실적 탓에 지난 9일에는 다시 90.52달러로 하락했다.
먼저 버핏이 애플 투자를 시작으로 정보통신(IT) 기업 쪽으로 투자 방향을 강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 주가가 떨어지면서 애플 주식을 처분했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 데이비드 테퍼 등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만큼 투자에 대해 변화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술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버핏은 1분기 중에 IBM의 주식을 19만8000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첫 IBM 투자 때 100억 달러였던 버핏의 투자금액은 현재 123억 달러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최대 통신사 AT&T의 주식은 되판 것으로 알려져 IT 분야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 확대는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애플의 부활'을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마켓와치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의 투하자본순이익률(ROIC)은 여전히 견고한 상태다. 또 다른 기업 투자 조건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업의 수행능력만을 보여주는 반면 ROIC는 자금 회전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부분을 측정한다. ROIC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만 통상 10%를 넘기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 데이터 수집 업체인 팩트셋(Fact Set)에 따르면, 지난 5년 평균 애플의 ROIC는 34.4%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에 들어 있는 228개 기업 가운데 13위 수준으로, 비교적 상위권에 속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애플이 설정한 ROIC는 27.5%였다. 전년 동기(31.2%)와 비교하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이다. 마켓워치는 "분기에 따라 ROIC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지만 주가가 하락한 데 비해 경영 구조가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7이나 애플 TV 등 애플 후속 사업 모델에 대한 성공 가능성도 애플에 대한 투자 가치를 높인다는 분석이다. 1분기 판매율은 저조했지만 애플 워치 등에 비하면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의 효도 상품이다. 램 파트너스의 헤지펀드 운용사인 제프 메튜스는 "버핏이 애플 주식을 매입한 것은 애플이 여전히 훌륭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인지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버핏이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후 애플의 입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도 주목된다. 실제로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애플 주식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애플 주가는 3.6%가량 상승하면서 다우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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