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에 하나는 되겠지” 간판 예능 없는 SBS, 파일럿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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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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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한때 시청률이 21%(2013년 2월17일·닐슨코리아)까지 치솟으며 일요일 강자로 군림했던 ‘런닝맨’의 몰락, 우후죽순 쏟아졌던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K팝스타’의 종영 결정, 편성이 변경돼 토요 예능의 절대 강자 MBC ‘무한도전’과 동시 방송되면서 바위를 치는 달걀이 된 ‘백종원의 3대 천왕’, 예능의 황금 타임인 평일 심야·주말 저녁에서 밀려난 ‘스타킹’까지…SBS 예능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간판 예능 없는 SBS가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을 잇단 편성하며 물량 공세에 나섰다. 이 중 하나는 대박이 나겠지, 하는 모양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스타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동영상을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이 누른 추천 수(좋아요)로 기부금 배틀을 펼치는 ‘스타꿀방대첩-좋아요’를, 31일에는 아직 인연을 찾지 못한 딸을 위해 엄마가 대신 소개팅에 나서 딸의 남자친구를 찾는 ‘대타 맞선 프로젝트-엄마야’를 선보였다.

6, 7월 방영 예정인 파일럿도 줄줄이다. ‘X맨’, ‘야심만만’, ‘맨발의 친구들’, ‘힐링캠프’ 등 버라이어티부터 토크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한 곽승영 PD가 새로 선보이는 ‘다시 쓰는 육아일기-애미(愛美)록’은 동사 대표 토크쇼였던 ‘힐링캠프’의 원조 안방마님 한혜진과 방송 베테랑 신동엽을 MC로 한다.

지상파의 높은 콧대를 제 스스로 꺾고 온라인 포맷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했다. 네티즌의 투표를 유도했던 ‘스타꿀방대첩-좋아요’에 이어 ‘시청자의,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꽃놀이패’를 론칭,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출연진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했다. 네티즌의 역할이 대폭 커진 것이다.

홈쇼핑 형식도 차용한다. ‘솔드아웃’은 연예인들이 직접 생산한 물건으로 홈쇼핑 완판 대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이경규가 MC를 맡았고, 김병만과 예지원이 출연한다.

SBS 대표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MC 김상중도 동사 예능 살리기에 나섰다. ‘인생게임-상속자’가 그것인데, 한국 사회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가상 공간에서 출연자들이 ‘부여받은 계급’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상의 화폐를 벌어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이다. 한국 계급 사회를 유쾌하지만 날카롭게 바라보겠다는 의지다.

물량 공세는 통할까? 선택과 집중이 시급해 보인다. ‘스타꿀방대첩-좋아요’는 시들한 반응에 일찌감치 정규 편성이 불발됐고, ‘대타 맞선 프로젝트-엄마야’는 부모가 자식의 짝을 고른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

히트작을 게으르게 벤치마킹하는 뻔뻔함도 보인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방송한 뒤 그것을 재편집해 TV 방송으로 내보내는, ‘스타꿀방대첩-좋아요’·‘꽃놀이패’의 형식은 이미 MBC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시도, 메가 히트를 친 것이다. ‘솔드아웃’은 쇼 호스트가 게스트와 팀을 이뤄 게스트의 재능을 파는 KBS2 ‘어서옵SHOW’와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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