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의도치 않아도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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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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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고주연 역을 맡은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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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배우 김혜수와 ‘굿바이 싱글’의 고주연은 너무 다르다. 그리고 너무 닮았다.

6월 29일 개봉될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제작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공동제작 ㈜영화사람·제공 배급 ㈜쇼박스)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김혜수 분)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김혜수는 톱스타 고주연 역을 맡았다. 패셔니스타, 톱스타,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나열하기도 벅찬 이 수식어들은 김혜수의 이름 앞에 붙어도 전혀 어색함 없는 말들이다. 화려한 여배우의 삶과 생활까지 꼭 빼닮았나 싶다가도 입만 열면 철없음이 뚝뚝 흐르는 고주연 덕에 다시금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너무도 다른, 그래서 닮은 두 여자. 배우 김혜수와 고주연이다.

“고주연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내 편에 대한 열망은 누구나 다 있는 거로 생각해요. 사람이니까 늘 있는 거고 늘 있었던 거죠. 저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남들이 볼 때 여배우, 연예인은 군중 속 고독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있는 감정일 거예요. 친구가 있어도요. 사람이니까요.”

극 중 고주연 역을 맡은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고주연. 사람에 치이고 사랑에 배신당한 그는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대책 없는 계획을 세우고 아이를 갖기로 한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완경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리고 주연은 좌절 끝에 우연히, 운명처럼 단지(김현수 분)라는 여중생 미혼모를 만나게 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만났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무렵, 저도 이 작품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가더라고요. 저는 고주연처럼 내 편 만들기 같은 건 생각하지 못했지만. 하하하. 저는 어떤 계기가 있었고 그것을 통해 정말 친한 친구들이 정말 내 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가족보다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위로받고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이게 내 편이구나 하고 느낄 때라서요.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었어요.”

운명처럼 찾아온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김혜수를 위한 맞춤옷 같았다. “자꾸만 의미부여를 하게 되는” 운명 같은, 나이스한 타이밍의 작품. 이토록 안성맞춤인 맞춤옷은 김태곤 감독의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감독님께 고마운 게 있어요. 사실 글 쓰는 것도 연출하는 것도 할 게 많은데도 저와 고주연의 접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게 느껴졌어요. 오래 연기한 김혜수와 고주연 사이, 캐릭터로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 관찰하고 배우 김혜수에 대해 면밀히 준비하셨더라고요. 저 역시도 오래 연기한 배우로서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볼 수 있는 장점을 보신 것 같아요.”

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컷[사진=쇼박스 제공]


밝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참혹하다. 여중생인 단지가 아이를 갖자 어른들은 그에게 손가락질하고, 임신 시킨 상대는 골프 국가대표로 승승장구한다. 살기 위해 고주연에게 아이를 입양시키기로 한 단지와 더는 배신당하지 않으려 진짜 내 편을 찾고자 하는 고주연. 정서적으로는 발랄하고 유쾌하지만, 캐릭터들이 겪는 아픔과 현실은 어둡다.

“코미디의 형식을 취한 건 이런 이야기들을 유쾌하면서 진심 어리게 다루기 위해서였다고 봐요. 그저 웃기고자 했다면 단지라는 아이의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하지 않아도 됐겠죠. 고주연과 평구(마동석 분) 역시 더 과장했을 거고요. 하지만 우리는 진심을 주는 것이 포인트였고 무겁지 않게 하자는 것에 모두 동의했죠. 극 중 캐릭터들은 모두 결핍 덩어리고 대외적인 것에 부응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아이들이에요. 특히 주연이는 더 그렇죠. 그런 게 좋았어요. 배우와 나 사이에서 비롯되는 괴리감과 결핍.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미 누군가의 편이 되어버리면서 나도 내 편을 얻게 되는 모습이요.”

‘굿바이 싱글’은 두 여성의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다. 고주연과 어린 단지가 만들어가는 서툴지만 따듯한 드라마는 많은 관객에게 공감과 웃음, 눈물을 선물한다. 영화는 고주연만큼이나 단지에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만큼 중요한 캐릭터고 중요한 서사기 때문. 김혜수는 단지에 대해 “숨은 주인공”이라고 칭할 정도다.

“가공되지 않은 진짜를 할 수 있는 아이가 필요했어요. 많은 아역이 테크니컬한 연기를 선보이지만 현수는 좀 달랐어요. 진짜 본인이 느껴져야지만 연기를 할 수 있더라고요. 하나의 기교도 없이, 과정도 없이요. 우리 영화 속 현수의 모습은 모두 진짜인 거죠. 하하하. 좋은 배우예요.”

단지를 연기한 김현수는 올해로 17세. ‘굿바이 싱글’을 촬영할 당시는 중학교 3학년생인 16세였다.

“제 데뷔 때랑 현수가 ‘굿바이 싱글’ 촬영할 때랑 나이가 같더라고요. 비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제 옛 모습이 떠오르곤 했어요. 연기할 땐 당차게 잘하다가도 촬영 외 시간에는 아기같이 귀여워요. 늦은 시간 잠을 이겨내면서 연기하려는 모습이 기특하더라고요. 제가 ‘깜보’ 찍을 당시에는 그냥 졸리면 잤는데. 하하하.”

극 중 고주연 역을 맡은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인터뷰 내내 김혜수가 가장 많이 말한 것은 ‘진심’에 대한 것이었다. 고주연에 대해, 작품에 대해 그리고 연기에 대해. 김혜수는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었다. 그의 그런 고민은 연기에 녹아들었고, 점점 더 진심을 담는 방법을 알아가는 듯했다.

“나이 들고 성장하는 거로 생각해요. 작은 것이건, 큰 것이건 진짜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요. 인간 김혜수에게도 배우에게도 필요한 거죠. 당장 드러나거나 연기에 일조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의 베이스가 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그가 진심으로, 사람들과 연기에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혜수는 고민 끝에 “사람”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사람, 사람이죠. 제가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경계가 없는 편이거든요. 이제까지 좋은 사람들은 많이 만났고 그분들에게 영향도 많이 받았어요. 물론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야지 해서 받는 게 아니라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지나고 보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대상이 누군지도 모르죠. 사람에게 얻은 게 사람을 통해 배가 되기도 하고 작은 것을 깨닫기도 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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