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도입에 따른 인센티브 마지노선인 5월 말이 되자 노조 동의 없이 서둘러 성과연봉제를 확대도입한 기관은 10곳 중 7곳이 넘었다.
19일 각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대상 120곳 중 54곳(45%)은 이사회 의결만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지난달 23일까지 63개 기관 중 12곳에 불과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연공서열을 깨겠다는 취지로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최하위 직급을 제외한 전체 직원으로 확대키로 하고 지난 1월 각 공공기관에 이를 권고했다.
애초 정부는 30개 공기업은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이행하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지 4개월 반만인 지난 10일 전체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완료했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절차가 정부 목표보다 빨리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5월 말까지 도입하는 기관에만 경영평가상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주겠다고 독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연봉제 확대 공공기관은 5월 말 들면서 부쩍 늘어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최대 3점의 가산점을 줬다.
3점이면 경영평가상 한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점수다. 등급이 한 계단 오르면 임직원은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은 다음 연도 예산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등급이 올라가면 이를 피할 수도 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내년 발표될 경영평가에서 임금피크제보다 1점 더 많은 최대 4점의 가산점이 붙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 적용에 대비해 노사가 어느 정도 합의를 봤던 부분"이라며 "성과연봉제는 임금피크제보다 더 중요하고 조직문화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가산점을 더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사합의가 없더라도 성과연봉제를 이행할 수 있다고 정부가 강조한 점도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4일 2년 만에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직접 주재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관들은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준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5월까지 조기 도입하면 인센티브가 있지만 6월 이후 도입하면 큰 의미가 없다"며 "기재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준정부기관 관계자도 "12월까지 도입해도 됐지만 다른 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해서 이사회 의결로 우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에서는 노조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사회나 경영진에 대한 고소·고발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연봉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지만 그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며 "누군가의 임금을 깎아 다른 사람의 임금을 올리는 '제로섬'과 같은 임금구조는 대법원도 넓게 볼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의 협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면서도 "노사 협상을 통하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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