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컬러가 분명한 리더가 되어 달라.”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말이다. 지난 2014년 2월 16일 신임임원 12명을 초청해 가진 만찬장에서다.
구 회장은 일반 직원들과 달리 임원은 자신의 분야에 대한 최고의 실력과 분명한 ‘컬러’를 겸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컬러가 밝고 긍정적이어야 구성원들이 일관된 비전을 갖고 따르게 된다"며 "여러분들이 가진 지식과 다양한 컬러가 파트너십을 이룬다면 조직에 활력이 생기는 등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연암(蓮庵)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동생인 송강(松崗)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LG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임원, LG전선 재경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어 LS전선·LS엠트론·LS니꼬 동제련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뒤 2013년 1월부터 LS그룹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범 LG가 가풍과 달리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대한자전거연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 한국발명진흥회장,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정책 심의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저돌적인 추진력도 구 회장의 특징 중 하나다.
도전정신이 강한 그는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좋아해서 2002년 자전거로 알프스를 넘고 독일-이탈리아를 완주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동양인 최초 트랜스 알프스 완주자가 됐다.
영어 이름으로 크리스토퍼 쿠(Christopher Koo)를 쓸 정도로 도전과 모험을 즐긴다. 이 이름은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인 구 회장은 사업을 할 때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도전하라”는 말을 즐겨 쓴다.
2007년 사업모델이 전혀 다른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를 인수한 뒤 변화에 주저하는 임직원들에게 “이 사람들아, 국제상사 인수는 건물 때문만이 아니라 화끈하게 새로 하자는 것”이라고 호통친 일화도 유명하다.
LS그룹은 지난 2003년 11월 LG그룹으로부터 분가할 당시 4개 계열사를 가진 매출 7조원대의 크지 않은 규모였다. 이후 공격적인 영업과 인수합병(M&A)을 통해 2012년말 기준 90여개 계열사를 보유한 매출 29조원대의 대기업집단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성장이 뒷걸음질 쳤다. 매출이 2013년 26조9685억원, 2014년 25조5080억원으로 떨어졌고 2015년에도 연결 기준으로 8.1% 감소했다.
이에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계열사별로 합병 또는 지분 매각 등과 같은 선제적인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정체된 성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직접 전 세계 현장을 다니며 기회를 모색했다.
이와함께 LS그룹 6대 핵심 육성사업으로 초고압·해저케이블, 전력기기·전력시스템, 트랙터·전자부품을 선정했다.
구 회장은 "단순히 따라가는 연구개발(R&D)이 아니라 스피드 업을 통해 가치 창출을 리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성공여부는 각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발자)가 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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