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농식품부, 법저체에 '김영란법' 이의제기

  • "농축산업과 외식산업의 피해 최소화 방안 들어가야" 호소

주요 농수산물 선물의 생산(소비) 감소 추정액[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김영란법'을 한달여 앞두고 농수축산업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법제처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식사나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 등을 3·5·10만원으로 한정한 탓에 국내 농축수산물의 생산·유통 등의 피해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농식품부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등 관련 중앙부처들도 법제처에 각각 이의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농축산업과 외식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시행령 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내용을 법제처에 공식적으로 이의제기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식사 금액 기준을 현행 3만원에서 5만원 이상으로, 선물은 5만원에서 10만원 등으로 상향해달라고 법제처에 요청했다.

식사 금액 기준인 3만원은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에 들어가 있는 기준인데, 13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소비자 물가가 41%, 농축산물 물가는 56%나 급등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축산물 선물세트 상당수가 5만원 이상이고, 농축산물 특성상 3~5% 정도만 공급량이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점을 고려해 선물 금액 기준 역시 높여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농축수산업계를 살리기 위해 관계 부처 장관이나 청장이 나서기로 했다"며 "법의 명분과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이대로 두면 농업 경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선물, 경조사비 기준이 한우, 사과·배, 인삼, 화훼, 임산물 등 농축산업 전반과 한정식·중식·일식당 등 상당수 외식업계에 직접 피해와 일자리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내수 침체 등 하반기 경제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일자리 창출과 경제안정을 위해 추경 편성 등 총력을 기울이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다른 양상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요 연구기관별 영향 분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연간 농산물·축산물·임산물·수산물 수요와 음식점 수요는 각각 2조3000억원, 4조2000억원으로 감소하고, 일자리는 11만개가 줄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한우의 경우 시중에 나온 한우고기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고, 식사 역시 1인분에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 시행 시 선물 수요만 2471억원,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해 농축산물 고급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였더니, '김영란법'이 물거품으로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한우협회는 법 개정은 물론, 개정전까지 시행 자체도 유보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추석 등 명절에 절반이상이 소비되는 사과·배 등 과수농가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과·배는 약 6만호 농가가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생산액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김영란법으로 선물수요가 줄면 1626억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판매가 부진하면 과잉공급으로 이어져 연중 사과·배 수급불안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

이외에도 인삼부문은 2조2000억원, 화훼농가는 1067억원의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농축수산업계의 직간접적 피해는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유통업체들은 5만원이란 선물 금액 상한선을 피해갈 수 있지만, 1차 농수산물을 공급하는 농어민들 입장은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농연은 법이 시행되는 9월 말까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 가액을 법률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타당한 수준을 설정하도록 한 것"이라며 "음식물 가액(주류 등 포함)을 3만원으로 설정한 것은 2003년 공무원행동강령 시행 이후 소비자 물가는 41%, 농축산물 물가는 56%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그동안의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기존의 규범체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여 동법 시행 초기 예측하지 못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인해 법 위반자를 양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 선물, 경조사비를 일률적으로 10만원 기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외국산과 국내산의 가격차가 큰 상황에서 선물가액을 5만원으로 설정하면 수입산 농축수산물이 물밀 듯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그간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응해 품질고급화를 추진해 온 정부의 농업정책 과 농어민들의 노력이 상충한 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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