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왼쪽 네번째)은 서울시 명동지역에서 산업부 및 에너지공단 직원 20여명과 함께 폭염 지속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문 열고 냉방’ 자제 및 적정 냉방온도 준수 등 절전 협조를 요청을 위한 에너지절약 점검 거리 캠페인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일본은 에어컨 가동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를 권고하는데 반해 우리 정부는 전기료 폭탄을 비켜가려면 에어컨 가동시간을 줄이라는 식의 대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안을 내놓은 것은 입추가 지났지만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는 경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전력수요가 8370만㎾를 기록하며 사상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8297만㎾로 지난 1월 기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용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해 산업용·상업용과 달리 많이 쓸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누진제는 총 6단계로 1단계 구간에선 다른 요금보다 싸지만 4~5단계에서는 5~7배 6단계로 가면 12배 가까이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가정용 2㎾ 에어컨을 하루 5시간 켠다고 가정하면 한달간 300㎾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가정용 누진제 4단계(전력소비 301~400㎾)에 달하는 소비량으로, 냉장고·세탁기 등 다른 전력소비가 더해지면 누진제 최고치인 6단계에 육박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월 전기 요금이 20만원을 훌쩍 넘는 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제 개선이나 폐지 대신 전력소비 감소를 권하고 있다. 지난 9일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스탠드형 에어컨 기준으로 3.5시간, 벽걸이형은 8시간 틀면 한달에 9만~10만원을 더 내는 구조”라며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60%로 국제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온라인 등에서는 “나도 하루에 4시간만 더웠으면 좋겠다”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날 일본 기상협회는 “야외활동은 물론 실내에서도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며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서도 에어컨을 가동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누진제 개편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일은 안타깝다”라며 “국민은 무조건 아끼라고 강요하기보다 좀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누진제에 반발하는 국민들을 중심으로 한국전력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인강 관계자는 “10일 기준으로 집단소송 참여자가 9000명을 넘어섰다”며 “이런 추세라면 소송참여자는 조만간 1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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