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악의 하루'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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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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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료헤이 역을 맡은 이와세 료(왼쪽)와 한예리[사진=영화 '최악의 하루'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서촌의 길거리.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 분)는 우연히 소설작가인 료헤이(이와세 료 분)를 만난다. 길을 헤매는 료헤이를 위해 은희는 기꺼이 안내자 역을 맡고 그를 위해 성심성의껏 길 안내를 돕는다.

료헤이와 헤어진 은희는 남산에 오른다. 남자친구 현오(권율 분)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침드라마 주연배우인 현오는 은희와의 관계를 들킬까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쓴 채 나타난다. 은희는 현오의 태도가 불쾌하고 현오는 자신 몰래 유부남 운철과 만났던 은희가 밉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은 지겹도록 티격태격하고 은희는 남산을 내려가 버린다.

현오와 다툰 은희는 운철(이희준 분)을 만난다. 비겁한 남자 운철은 과거 은희와 동거를 했던 사이다. 운철은 자신이 이혼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그 사실을 안 은희는 그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운철은 은희와의 관계를 지속하려하고 그에게 질척거리기 일쑤다.

그야말로 최악의 하루를 보낸 은희는 또 다시 료헤이와 만난다. 어둠이 내린 남산, 은희는 현오와 운철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다른 얼굴을 료헤이에게 보여준다.

영화 ‘최악의 하루’(감독 김종관·㈜인디스토리·제공 배급 CGV아트하우스)는 ‘연인들’, ‘조금만 더 가까이’의 김종관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은희가 하루 동안 처음 만난 남자와 지금 만나는 남자, 그리고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 얽히며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리는 상황들을 담담하면서 위트 있게 풀어나갔다.

영화는 너무도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라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포착해내고 이를 담담하게 잡아낸다. 영화의 배경인 서촌이나 남산은 물론 은희의 태도나 심경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에 따라 변화하는 은희의 모습들은 우리 내면의 여러 자아이면서도 여러 인물이 가진 단 하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극 중 은희는 스스로를 두고 “거짓말을 잘 한다”, “언제나 연극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은희에게만 해당 되는 일은 아니다. 이를테면 어떤 말도 망설이지 않고 털어놓는 때론 친구 같은 모습이나 사랑스럽고 치명적인 매력의 모습, 그리고 상냥하고 엉뚱한 모습 등 한 인물일지라도 상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등 우리 모두의 거짓말인 셈이다.

주인공 은희의 변주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전체적인 드라마 안에 세 가지 에피소드들이 엮여있는 셈이니 어느 인물과 맞붙어도 흥미롭지 않은 구석이 없다. 거기에 모든 인물들이 대면하게 되는 순간은 은희에게는 최악의 순간이지만 관객에게는 최고의 순간으로 꼽힐 것 같다.

각 캐릭터의 성격 또한 영화의 매력이다. 각자 다른 지질함을 가진 남자 현오와 운철은 관객의 몰입을 더하면서 중간 중간 쉼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멜로 영화사상 희대의 악역” 운철 역의 이희준의 지질이 연기가 백미다.

은희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하루를 보낸 료헤이 역시 흥미로운 인물. 출판 기념 간담회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료헤이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피곤함을 느끼고 생각지 못했던 지적으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남산에서 은희를 만나게 되고 새로운 글을 쓰기로 결심하는데 은희와 료헤이의 세계가 만나는 순간은 영화에서 가장 로맨틱한 순간으로 그려진다.

따듯하고 맑은 영상미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길 사이사이, 풀 잎새 사이사이를 살피듯 사소하고 작은 부분을 담담하게 포착하고 그려가는 영상은 러닝타임 93분간을 빼곡하게 채운다. 8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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