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이달 10일 14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095.4원까지 떨어졌다. 달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떨어졌었다. 이런 정책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자 제도시행 전으로 회귀하기 위해 채권 매입양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행했고,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2015년 말 1200원을 돌파했다가 브렉시트와 유가하락,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미국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면서 다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이렇게 큰 폭으로 움직이니 투자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15년 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달러화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본 투자자나 환율 변화에 민감한 기업, 해외송금을 해야 하는 유학생 부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달러 매입이 늘고 있다.
실제로 사업가 김모(60)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거래대금 지급을 위해 10억원을 달러로 환전했다. 같은 강남에 위치한 모 증권사 도곡동지점도 최근 두 달 동안 달러 상품을 100억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상품은 달러 예금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거주자가 보유한 달러 외화예금 잔액은 7월 말 기준 557억4000만 달러다. 2015년 말(472억5000만 달러)보다 약 18%가 늘었다.
물론 달러 예금이나 달러화 자산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이달 18일 하루 동안에도 원·달러 환율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16원 넘게 뛰었다. 작지 않은 변동폭이다. 래도 아직 환율이 1100원선이니 앞으로 시장 전망치(1200~1250원)까지는 차익을 예상할 수 있는 투자 여유가 있다.
그러나 달러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보다는 목표 수익을 정해 탄력적으로 사고 파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면 이를 300만원, 300만원, 400만원으로 나눠 달러 매도 기준가격을 정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일 때 투자(환전)하고 1150원, 1160원, 1170원까지 오를 때 각각 되파는 방식을 취하면 환차익을 안정적으로 얻고 환손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환차익만을 생각하고 올인하기보다는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주식, 부동산, 금 같은 다른 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것도 좋다. 환차손이 예상되면 환헤지를 하는 투자상품을 선택하거나 환율변화에 따라 분할매도를 할 수 있도록 만기에 달러로 돌려받는 상품을 운영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달러 외화예금은 이자 수익에 대해 세금(15.4%)이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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