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심사위원 구성부터 룰까지 싹 바꾼 '슈퍼스타K'를 보고 사실 의심했다. '저렇게 모든 것을 바꿔서까지 프로그램의 이름을 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도 생각했다. 10분 여 분량의 영상 편집본을 보고 이런 의심을 품은 것이 미안해졌다. 무릎을 탁 쳤다.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 홀에서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016'의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심사위원을 맡은 김범수, 김연우, 거미, 길, 에일리,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용감한형제와 연출자인 이성규 PD, Mnet의 김기웅 국장이 자리했다.
본격적인 질의응답을 시작하기 전 약 10분 분량의 예고 영상이 공개됐다.심사위원과 오디션 진행 방식을 기존과 다르게 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바다. 1라운드의 '타임 배틀'이 말로는 설명이 어려워 일단 보여주고 시작하겠다는 게 Mnet 측의 설명이었다.
영상으로 본 1라운드 미션은 마치 게임 같았다. 모든 출연자에게 노래를 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은 20초. 심사위원들이 더 이 참가자의 노래를 더 듣고 싶을 경우 10초씩 모두 3회에 걸쳐 충전해줄 수 있다. 참가자가 노래하는 화면 아래로는 시간이 똑딱똑딱 흘러가고 시간 충전 버튼을 누를 듯 말 듯 고민하는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교차 편집돼 전파를 탔다. '참가자가 완창해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만도 큰 재미였다. 완창하지 못 할 경우 이 참가자는 자동 탈락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는 기가 막히게 충족시킨 듯 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취향인데도 눈이 갔으니까. 다만 시간이 줄어드는 걸 보다 참가자 노래를 제대로 듣지 못 한 느낌도 들었다.
이에 대해 김기웅 국장은 "1라운드는 재미 부분을 강조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라인 사이트에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준 분들 위주로 합격자를 구성했다. 이미 준비된 참가자들인 셈"이라며 "그분들이 심사위원들 앞에서 공정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에 1라운드의 초점이 많이 가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주인공인 참가자들의 무대에 많은 정성이 가야하는 건 맞다. 하지만 "거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다. 첫 라운드에서는 노래 부르는 것 외에는 뭐 없잖나. 우리는 그래서 노래를 듣는 재미보다 평가받는 재미가 있는 라운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는 솔직함에도 수긍이 간다. 물론 2, 3라운드에서는 1라운드에서와 또 다른 방식으로 오디션이 진행된다.
단순히 심사위원 3, 4인 구조에서 7인으로 바뀌었다고만 보면 곤란하다. 장담하건대 '슈퍼스타K 2016' 1회를 본다면 ''슈퍼스타K'가 원래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재밌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김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 중반 "비연예인들이 노래를 하고 칭찬 받고 가수-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은 현재로선 '슈퍼스타K'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존속돼야 할 명분은 분명하다. 재미도 찾았다. 이제 시청자들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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